책꾸러기, 조손·다문화 가정 찾아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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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차린씨가 둘째 아들 승헌이와 책을 읽고 있다. “누가 빨리 읽는지 내기해 볼까”란 엄마의 제안에 승헌이의 표정이 한층 진지해졌다. [진도=이지영 기자]

중앙일보와 동원그룹이 공동 주최하는 ‘책꾸러기’ 캠페인이 이달부터 ‘찾아가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상대적으로 정보 습득이 어려워 ‘책꾸러기’ 캠페인을 접하지 못한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 저소득층 가정을 직접 찾아가 책을 전달하는 서비스다. 대상 가정은 위스타트 운동본부, 부스러기 사랑나눔회,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한국여성복지연합회 등 4개 복지단체의 추천을 받아 매달 100 가정씩 뽑기로 했다. 선정된 가정에는 매달 한 권씩 1년 동안 12권의 책을 무료로 보내준다.

첫 달인 6월 수혜자로 선정된 전남 진도군 고군면 도평리 파차린(36)씨를 만나봤다. 파차린씨는 태국 출신으로 1998년 결혼한 뒤 한국으로 이주했으며, 두 아들 대헌(11)과 승헌(6)을 키우고 있다.

◆“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울래요”= “승헌이가 이제 받침 없는 글자는 다 읽을 수 있다”며 파차린씨는 자랑스러워했다. “책 좋아하는 아이로 잘 키우겠다”는 각오도 남달랐다.

파차린씨는 첫째 대헌이가 어렸을 때 책을 읽어주지 못한 것이 늘 미안했다. 그땐 파차린씨 역시 한글이 익숙치 않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파차린씨는 태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영어에도 능통하다. 종교적 이유로 국제결혼을 결심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나라 한국에 오게 됐단다. 서툰 농사일은 물론 식당과 목욕탕 등을 다니며 일해야 했던 신혼 시절. “짜증도 많이 났다”는 게 파차린씨의 기억이다.

이제 파차린씨는 한국 생활에 많이 익숙해졌다. 지난해부터 지역아동센터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고, ‘진도군어머니합창단’에 가입해 또래 주부들과 여가생활을 함께 하기도 한다. 한국말도 한결 유창해졌다.

엄마가 안정을 찾은 만큼 둘째 승헌이에게는 일찌감치 책을 읽혔다. 주변에서 물려받은 책이나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등을 주로 활용했다. 파차린씨는 승헌이가 한글을 깨우친 순간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처음엔 그림만 보고 상상해서 읽더니, 어느날 한 자 두 자 읽기 시작하더라”면서 “너무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여러번 강조해 말했다.

요즘 파차린씨와 승헌이는 책 한 권을 앞에 놓고 한목소리로 읽는 일이 잦다. 파차린씨는 승헌이에게 어려운 글자를 알려주고, 승헌이는 파차린씨에게 어려운 발음을 들려주는 시간이다.

시키지 않아도 혼자 책을 펼쳐들 만큼 책을 좋아하는 승헌이지만, 책을 사주기는 버거운 일이다.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형편이라 책값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간혹 재활용품 수거함에서 책을 주워왔더니, 아이들이 ‘책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싫어하더라”는 파차린씨. 그래서 ‘책꾸러기’의 ‘찾아가는 서비스’는 더욱 반갑다. “빌린 책이 아닌 ‘내 책’에 아이가 특별한 애착을 보인다”면서 “이제 막 책 읽는 재미를 붙인 승헌이에게 꼭 맞는 선물”이라며 기뻐했다.

기존 ‘책꾸러기’ 캠페인도 변함없이 진행된다. 6월분 접수 마감은 20일. 만 6세 이하 어린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접수는 인터넷 홈페이지(www.iqeqcq.com)를 통해 받는다.

컴퓨터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우편(‘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사 문화부 책꾸러기 담당자 앞’ 또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275번지 동원육영재단 책꾸러기 담당자 앞’)을 이용해도 된다. 신청할 때는 ‘이달의 추천도서’중 받고 싶은 책 한 권을 골라 표시해야 원하는 책을 받아볼 수 있다. 6월의 추천도서는 『우리, 그림자 바꿀래?』(국민서관), 『작은 집 이야기』(시공주니어), 『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비룡소) 등이다. 당첨자 명단은 27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다.

진도=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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