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2의 IT 한국 신화 모바일 IPTV서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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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이동통신 강국임을 보여준 일화가 얼마 전 있었다. 2일 제주도에서 진행된 한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와이브로 모바일 IPTV’를 처음 시연한 것이다. 각국 고위 인사들은 초고속 무선인터넷에 연결된 모바일 단말기를 들고 정상회담 현지 실황중계를 이동 중에 시청할 수 있었다. 한국산 모바일 IPTV 기술에 정상회의 참석자들이 탄성을 올렸다고 한다.

IPTV는 초고속인터넷망으로 기존 지상파방송은 물론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다. 이날 시연은 유선망에 머물렀던 IPTV를 무선망까지 확대한 것이다. 고정된 TV로 한정된 장소에서 콘텐트를 보던 기존 방송 개념을, 휴대단말기를 통해 시간과 장소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로 끌어 올렸다.

모바일 IPTV는 우리 생활을 바꿀 것이다. 우선 가정이나 사무실, 또는 지하철 같은 이동 공간에서 모바일 단말기의 크기나 해상도·성능에 관계없이 IPTV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인간 중심의 ‘팔로-미-TV(Follow-Me-TV) 방송 시대’를 열게 된다. 또 가정에서 IPTV를 보다가 외출할 일이 생기면 휴대단말기로 계속 시청할 수 있는 ‘테이크-아웃-TV(Take-Out-TV)’ 서비스가 가능하다. 여기에다 고화질 참여형 교통방송과 같은 양방향 맞춤형 TV도 서비스된다. Follow-Me-TV로 장소의 제한을, Take-Out-TV로 단말기의 장벽을, 양방향 맞춤형 TV로 일방성의 한계를 극복하게 된다.

물론 모바일 IPTV의 이런 혁신적 서비스가 우리 생활 속에서 펼쳐지려면 당분간 제도·기술적 뒷받침이 더 필요하다. 모바일 IPTV는 차세대 이동통신이나 방송·네트워크가 융합된 미래형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다. 앞으로 4세대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킬러 애플리케이션 창구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연구개발(R&D) 정책이나 제도를 차세대 방통 융합에 맞게 체계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정부는 IPTV를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선정해 유·무선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와 다양한 콘텐트 확보, 표준 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세계 최고 기술의 보유 기관’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산·학·연 공동으로 모바일 IPTV와 관련된 4세대 이동통신인 와이브로·LTE(4세대 유럽방식)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디지털 이동통신(CDMA), 와이브로(휴대인터넷)의 성공신화로 세계가 인정하는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이런 것들이 과거의 무용담이 아니라 현재, 나아가 미래의 성장 유전인자(DNA)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을 거듭할 때다. 제2의 이동통신 신화가 모바일 IPTV에서 재현되길 고대한다.

최문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mkchoi@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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