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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세상] 3년 뒤, 리모컨 속으로 세상이 들어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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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부터 나흘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눈길을 끈 건 삼성·KT·알티캐스트 등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마련한 ‘컨버전스 코리아’관이었다. 이곳에선 세계 첫 모바일 IPTV 시연이 있었다. IPTV를 4세대 이동통신의 한 종류인 와이브로 망을 통해 이동 중에도 시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어떤 참석자는 삼성이 제공한 어른 손바닥 크기의 울트라모바일PC(UMPC)를 여기저기 들고 다니며 방송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실시간 방송은 물론 주문형비디오(VOD)까지 끊김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에 큰 관심을 보였다.

4세대 이동통신 전송속도 초당 1기가비트

모바일IPTV는 ‘차세대 디지털 방송·통신 융합세상’을 표방하는 대표 서비스 중 하나다. 세계는 유·무선 통신이 자유롭게 연동되고, 방송·통신이 한 몸이 되며, 휴대전화기를 PC처럼 쓸 수 있는 세상을 향해 달려간다. 우리 기업과 정부 또한 이런 조류에 적극 동참해 새 기술과 시장을 창출하고자 애쓴다. 미래의 IT 시장을 주름잡을 양대 산맥은 4세대 이동통신과 디지털 방송이다.

4세대 이동통신은 지금 SK텔레콤과 KT가 서비스하는 3세대 이동통신의 진화형이다. 3세대와의 큰 차이는 전송 속도. 정지 상태에선 초당 1기가비트(Gbps), 시속 60㎞ 이상 고속 이동 시에는 초당 100메가비트(Mbps)가 넘는 속도를 자랑한다. 1기가비트는 MP3 음악파일 100곡을 2.4초에, 영화 1편을 5.6초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최고 속도가 100메가비트인 현재의 유선 초고속인터넷보다 더 빠른 이동통신이 등장하는 셈이다. 이 기술의 다른 이름이 ‘무선 초고속인터넷’인 연유다.

이 서비스가 상용화하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휴대용 IT기기로 모바일IPTV를 볼 수 있다. 이동 중에도 집이나 사무실에서 쓰는 PC 이상의 속도로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와이브로 대 LTE … 차세대 무선인터넷 전쟁

4세대 이동통신의 대표 기술은 모바일 와이맥스(한국명 ‘와이브로’)와 롱텀에볼루션(LTE)이다. 우리나라는 와이브로의 원천 기술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KT와 SK텔레콤이 일찌감치 와이브로를 상용화해 서비스하고 있다. 두 회사는 해외시장 개척에도 열심이다.

KT는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에서 와이브로 서비스를 성사시킨 데 이어 아프리카의 알제리·르완다에 와이브로 사업 사무소를 열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중동 요르단에서 와이브로 사업을 시작했다. 두 회사의 해외 진출엔 삼성전자·포스데이타·SK텔레시스 등 장비업체들이 동반한다.

LTE 기술 개발에 국내에선 LG전자가 가장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 콩그레스’ 국제전시회에서 LTE 단말기를 통한 전송을 세계 최초로 시연했다.

LTE는 현재의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WCDMA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에 따라 세계 대부분의 이통사가 이를 4세대 표준으로 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상용화 시기는 와이브로가 빠르다. 최근 2~3년 새 3세대 네트워크에 엄청난 투자를 한 이통사들로선 LTE 서비스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삼성 또한 LTE 기술을 갖고 있지만 와이브로를 더 앞세우는 연유다. 이와 관련해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국제전기통신연합에 4세대 표준 기술로 와이브로와 LTE를 동시 제안키로 했다. 와이브로가 국내 원천기술이긴 하지만 단말기·장비업체들의 세계 시장 진출 여지를 감안해 LTE도 지원키로 한 것이다.

TV 리모컨 하나로 전자상거래·통신·VOD까지

지상파·케이블TV·IPTV 등 방송업계엔 디지털 방송 전환을 둘러싼 논의가 한창이다. 정부 방침에 따라 2012년 말에는 전국의 아날로그 방송이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디지털방송 시대가 열리면 TV 리모컨 하나로 전자상거래·금융·통신 등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와 VOD를 즐길 수 있다. 화질도 몰라보게 좋아진다.

정부는 아예 내년부터 현재의 고화질TV(HDTV)보다 화질이 4~6배 뛰어난 울트라 HDTV와 3차원 입체(3D)TV 서비스를 추진할 예정이다. 방송업계 역시 새로 열릴 디지털방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특히 유료방송인 케이블TV와 IPTV 업계의 움직임이 바쁘다. 이들의 경우 방송뿐만 아니라 인터넷전화·초고속인터넷 등 통신 영역에서도 날선 접전을 벌인다. 2012년은 디지털방송을 꼭짓점으로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가 만개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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