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백일장]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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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시조가 시대와 사회를 배경으로 한 것이든, 내면의식의 표상이든 '시 (시조) 속에 담겨 있는 생활은 현실 이상의 생활' 이라는 믿음을 뒷받침하는 작품들이 많이 투고되었다.

2백여편의 시조 가운데서 10여편이 최종까지 경합을 벌였으며, 이 중 3편을 가려냈다.

장원으로 뽑은 정미경씨의 '창문을 열다가' 는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를 범상히 여기지 않고 대상으로 포착하여 자기성찰의 목소리를 들려 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잔잔한 목소리가 내는 시적 울림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차상 자리에 올린 장수현씨의 '어떤 초상' 은 현실인식의 사설시조로 읽힌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사설시조로서의 리듬감각 체득에 힘써야 한다는 점과 아버지의 상실감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그 단초를 보여줌으로써, 미약한 시적 근거를 좀더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 지적되었다.

함께 보내온 단수 '갈대꽃' 은 명징한 이미지가 돋보였다.

차하에 놓은 강태우의 '만선을 기다리는 노을' 은 고3 학생의 투고 작품이었다.

보내온 두 편 모두가 역동적인 심상을 전개하고 있었으며, 시조가 절제의 미학이라는 덕목을 지닌 형식임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아직도 적지 않은 투고자들이 시조가 정형시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시조는 3장 6구 12음보의 내재율을 따르는 정형시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심사위원 : 박시교.홍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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