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무원 줄서기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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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방 공무원의 줄서기를 막아라' . 선관위가 발동한 적색경보령이다. 줄서기는 6.4선거에서 극성을 부리는 공직사회의 신종 선거개입 양상을 지칭한다. 윗선의 공직자가 주도하는 과거의 관권선거와 다르다.

이번에는 위.아래 가릴 것 없이 상당지역의 지방공무원, 국영기업 임직원들이 당선 유력후보를 알아서 지원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적발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27일 "95년 첫 단체장선거 때는 별로 없었던 일" 이라며 "관권에다 이권.금권까지 합쳐진 악성 타락현상" 이라고 규정했다.

◇실태 = 흔한 케이스가 선거정보 유출.직무활동중 특정후보 지지 권유.후보의 집단 수행 등이다. 부산 서구의 동사무소 직원들이 전산망을 이용, 재선에 도전한 구청장과 동향인 구민들의 개인정보를 빼내 넘겨줬다. 관련 구청직원 2명이 구속되고 동사무소 직원 6명이 불구속됐다.

서울 송파구에서는 관내 일부 동사무소 직원들이 구청장 후보의 소형 인쇄물을 새로 바꿔주어 물의를 빚고 있다.

경남 통영의 시 간부가 위생업소 단속을 하면서 업주들에게 노골적으로 특정후보 지지를 유도하다가 적발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는 현시장의 업적을 홍보하는 반상회보가 돌려지다가 선관위에 의해 배부중지 당했다.

시민단체 공선협에는 재출마한 일부 현직 구청장이 조례시간을 선거 전략회의로 활용하고 있다는 제보가 10여건 들어왔다.

◇편가르기 = 지방 공직사회에서는 '누가 당선되면 승진, 아니면 좌천' 이라는 편가르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5일 충북 제천에서는 공무원들을 '우호적인 인물' 과 '요주의 인물' 로 분류한 문서가 나돌아 선관위가 조사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과 의왕시에서는 누가 당선될 경우 손볼 사람들의 실명이 담긴 살생부 (殺生簿)가 나돌기도 했다.

◇선관위 분석.우려 = 줄서기는 각 당의 텃밭에서 심각하다. 여야의 관권과 역 (逆) 관권시비도 이 때문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호남.충청의 여당, 영남의 야당으로 고착된 지역주의에 따라 당선될 사람이 확실한 곳에서는 미리 충성맹세를 하고 눈도장을 찍는다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고 분석했다.

또 재출마하는 현직 단체장의 선거구 대부분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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