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은행]한국 주가폭락·파업불안으로 대출금 회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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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도쿄 = 이철호 특파원] 일본은행들이 일제히 한국기업들의 현지법인에 대한 대출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스미토모 (住友).산와 (三和).사쿠라은행 등은 현대.삼성.대우.LG 등 한국기업에 "본점의 지시에 따라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금은 모두 회수하겠다" 며 사실상 거래중단을 통보했다.

27일 도쿄 (東京) 의 한국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은행들은 이번주들어 갑자기 "한국의 주가폭락과 노동계 파업으로 제2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커졌다" 며 "일부 대출금의 만기를 연장해줄 때도 충분한 담보확보가 불가피하다" 고 요구했다.

한마디로 신규대출은 물론 기존 대출금의 한도유지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한국기업의 현지 법인들은 부동산이 거의 없는 만큼 최악의 경우 수출대금으로 받은 채권.어음을 담보로 제공해야 할 처지다.

한국기업들은 "채권.어음을 담보로 쓸 경우 일본은행들로부터 추가대출을 받을 수 있어 현금이나 마찬가지" 라며 "기존 대출금의 만기연장을 위해 채권.어음을 담보로 맡길 경우 자금흐름에 심각한 경색을 겪게 된다" 고 말했다.

기업관계자들은 "담보제공을 요구하는 일본은행들은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자회사로 곧 청산에 들어갈 한국물산에 자금이 물린 경우가 대부분" 이라며 "겉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한국계 기업에 대한 보복성격이 짙다" 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대 거래처인 도쿄 미쓰비시 (三菱) 은행.농림중앙금고 등은 아직 담보제공을 요구하지 않고 있으며, 일본은행들도 한국기업에 국한해 담보를 요구할 뿐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추가 담보요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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