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고려시멘트제조㈜,광산 채광기간 놓고 법정싸움 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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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5일 오후 화순군북면 국도에서 6백여m 떨어진 백아산자락. 높이 70여m 산이 절반쯤 헐리고 3만평 가량이 평지에서 10여m 아래까지 패여 볼썽 사납기 짝이 없다. 고려시멘트제조㈜가 시멘트 원료로 석회암을 캐낸 수리광산으로 공장은 장성에 있다.

이 광산의 채광기간 연장여부를 놓고 화순군과 고려시멘트제조㈜가 다퉈 또다시 법정싸움이 벌어지게 됐다. 화순군은 앞으로 석회암을 더 캐는 데 필요한 산림 형질변경 연장허가를 절대 해주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그러나 고려시멘트측은 직원 3백50여명의 생계가 걸려 있다며 지방선거 후 연장신청을 하고 군에서 불허할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고려시멘트제조㈜가 수리광산서 채광하기 시작한 것은 79년. 그간 6백만t이상을 파갔고 지난 95년말 기간만료 때 군이 연장허가를 거부하자 소송을 벌여 96년5월 승소, 채광기간이 끝난 지난 21일까지 2년간 더 석회암을 캤다. 현재 고려시멘트는 채광을 멈춘 채 비축해 둔 3개월여 분의 석회암으로 공장을 돌리고 있는 상태. 화순군 김근식 (金根植) 산림과장은 "자연휴양림과 화순온천이 있어 관광자원화된 백아산의 경관을 더 이상 훼손해서는 안 되고 그동안 주민피해도 컸다" 며 채광기간 연장 불허방침을 밝혔다.

한편 북면 주민들은 돌을 싣고 질주하는 덤프트럭과 화약발파의 진동.소음.분진 때문에 생활에 불편을 크다고 호소해왔다. 트럭이 지나는 곡성군오산면의 주민들도 채광을 더 이상 허용치 말라고 집단민원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고려시멘트측은 원료의 80%를 의존해온 수리광산이 폐광되면 공장가동이 불가능해 법정관리 중인 회사가 완전히 도산, 직원들이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되므로 채광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미 훼손된 곳에서 파낼 뿐이고 주민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이겠다" 며 "기업의 생사와 직원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화순군은 회사가 2년 전 채광을 연장받을 때 대체광산을 개발키로 했는데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한다고 일축하고 있어 수리광산을 둘러싼 2차 법정공방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화순 =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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