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영화를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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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뮤지컬, 방송 등 각계각층에서 크로스오버(Crossover) 열풍이 한창이다. '교차' 또는 '융합'으란 뜻을 가진 크로스 오버는 1980년대 초 미국 컨트리 가수들이 대거 팝차트에 진출하며 쓰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직접 집필한 시나리오로 제작까지 담당하는 스타 감독들이 등장하고 이에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독특한 이력의 감독 및 배우들 역시 나타나고 있다. 영화 ‘홈’, ‘애니 레보비츠’, ‘히말라야’ 등 이 세 작품은 공통점 역시 크로스 오버다. 이 영화들은 전반에 걸쳐 사진작가의 감성이 숨쉬고 있다. 순간을 영원으로 담아내는 사진작가들의 영화는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올까?

‘신의 눈’으로 영화를 제작한 사진작가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홈(HOME)’은 하늘에서 바라본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모습을 통해, 지구는 66억 명의 인류와 동식물, 그리고 미래의 자손들 모두가 함께 사는 ‘가정(HOME)’이라는 사실을 전하는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의 감독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은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별명은 ‘신의 눈’. 그가 이 별명을 얻기까지 그의 인생은 사진이 전부였다. 전 세계적으로 300만부 이상 판매 기록을 세운 항공사진 촬영집 ‘하늘에서 본 지구’의 세계적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그는 영화 ‘홈’의 촬영을 위해 217일의 촬영기간 동안 세계 54개국을 돌며 항공촬영을 실행했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바라본 ‘신의 눈’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가 파괴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우리가 지켜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려냈다.

‘렌즈로 본 삶’을 연기한 애니 레보비츠

영화 ‘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은 제목에서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할 것인지는 알려준다. 그녀 자신의 삶 뿐 아니라 그녀의 렌즈가 비춰왔던 수많은 삶이 영화 전반을 통해 펼쳐진다. 그녀의 카메라 앞에 섰던 수많은 이들은 물론 주변의 인물들을 비추며 그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는 방식을 취한 이 영화는 애니 레보비츠를 주인공으로 모든 등장인물을 3인칭화해 관객들이 마치 애니 레보비츠가 된 듯 한 느낌을 준다. 잡지 ‘롤링스톤’의 창립 당시부터 활동을 시작해 광고 사진, 캠페인 사진, 르뽀 사진 등 매 순간마다 화제를 뿌리며 역사의 페이지를 장식해 온 사진작가 애니 레보비츠. 영화는 그녀의 삶을 통해 현재 미국 미디어 업계의 가장 중요한 인물들과 함께한다. 조지 클루니, 우피 골드버그는 물론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놀드 슈왈제네거까지 반가운 친구를 떠올리듯 그녀의 이야기를 꺼낸다. 사진계의 유명 편집자 마크 홀본, 비주얼 아티스트 로버트 윌슨, 전설적인 여권 운동가이자 작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 미국 미디어 업계의 주요 인물들 역시 직접 출연해 관객들 향해 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와 사진, 하나로 만나다

영화 ‘히말라야’의 포스터와 스틸은 ‘눈으로 만든 집’ 히말라야의 이국적인 정취를 고스란히 살려내 화제를 모았다. 이 사진들은 사진작가 김영실 씨의 작품으로 히말라야에 머문 바람을 바라보는 ‘최’의 시선과 히말라야가 어떻게 이 자그마한 남자를 품는지를 보여준다. 이 사진들은 영화 외에도 4년 만에 컴백한 성격파 배우 최민식과 히말라야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작품이다. 김영실의 사진은 영화와는 다른 시선과 프레임을 갖고 있지만 영화와 공통된 가치를 추구한다. 가식 없는 시선이 담아낸 생생한 현장 스틸과 영화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이번 작품들은 전국 예술영화관 순회 사진전을 통해 영화와 함께 관객들을 찾아간다. 이번 사진전은 6월 1일부터 10일까지 스폰지하우스 중앙을 시작으로 11일부터 17일까지 대전아트시네마, 18일부터 24일까지 광주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뉴스방송팀 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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