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한달 - 김선일 피살] 감사원 진상 조사 제자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 부산시 금정구 영락공원에 마련된 고 김선일씨 묘소에 19일 한 참배객이 헌화하고 있다. 최근엔 참배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송봉근 기자]

고(故)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돼 살해된 지 오는 22일로 한달을 맞는다.

그동안 김씨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감사원이 특별조사에 나섰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데다 보상문제도 지지부진하다. 김씨의 부산 부모집에도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반면 김씨 추모 공식 인터넷 사이트(www.kimsunil.net)엔 최근까지 하루 평균 50여건의 추모 글이 오르는 등 네티즌들의 애도 물결은 이어지고 있다.

◇가족 주변=19일 김씨의 부모가 살고 있는 부산시 동구 범일동 안창마을은 적막감이 흘렀다. 김씨의 아버지 김종규(69)씨와 어머니 신영자(59)씨는 바깥 출입을 거의 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

김씨의 큰누나 향림(41.경남 밀양)씨와 작은누나 미정(39.경남 양산)씨가 가끔 들러 부모를 위로하고 돌아가는 것 외에 방문객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 주민들은 "선일이 부모를 만나도 아픈 상처를 건드릴까봐 선일이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것이 마을의 불문율이 돼버렸다"고 전했다.

아버지 김씨는 "며칠 전 부산시에서 국비로 확장하기로 한 안창마을 진입로 이름을 '김선일로(路)'로 하자고 제안했다"며 "진입로에 아들 이름을 붙이면 지날 때마다 아들 생각이 나 슬퍼 못 견딜 것 같아 사양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묘소가 있는 부산 영락공원엔 장례식 이후 추모객이 줄을 이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발길은 뜸해졌다.

영락공원관리사무소 측은 "김선일씨 묘지의 위치를 묻는 전화가 한두 통씩 걸려온다"며 "장례식 직후엔 주로 단체 추모객이 많았다"고 말했다.

◇보상문제=김씨 보상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어머니 신씨는 보상문제에 대해 "모른다. 변호사에게 일임했다"고 잘라 말했으며 변호사도 언론과 연락을 끊은 상태다.

경찰도 "보상 문제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은경 변호사는 지난 6월 28일 빈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송을 통해 국가에 대한 책임소재를 규명하겠다. 장례식이 끝나는 대로 변호인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었다.

김씨 장례비 1억5000여만원은 부산시가 예비비로 정산했다.

김씨 유족과 행정자치부.부산시 관계자 등은 김씨 장례식에 앞서 보상과 예우에 대한 협상을 했으나 결렬된 이후 재협상은 아직 없는 상태다.

◇감사원 특별조사=감사원의 '고 김선일씨 피살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가 시작된 지 3주가 지났지만 감사원은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은 그동안 진상규명의 핵심인물인 김천호 가나무역 사장을 세차례 불러 조사를 벌였다. 지난달 말에는 특별조사단을 이라크 현지에 파견해 대사관 직원들과 현지인들에 대한 탐문조사도 했다.

이들에게 집중 추궁한 것은 ▶김천호 사장이 김선일씨의 실종을 왜 이라크 대사관에 알리지 않았는지▶김 사장이 김씨 구명(救命)을 언제 누구와 협상했고, 협상조건은 무엇이었는지▶임홍재 주 이라크 대사가 사전에 피랍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AP통신은 외교통상부의 누구와 어떤 내용의 통화를 했는지 등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원하게 풀린 의혹은 한 가지도 없다.

임봉수 기자, 부산=김관종 기자<istorkim@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