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 일요드라마 '파트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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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저의 파트너가 되어주세요" 빨간 입술이 도드라져 보이는 이혜영과 윤손하는 드라마 광고에서 매우 유혹적이었다. 그러나 그 유혹에 이끌려 24일 첫 방영된 SBS 새 일요드라마 '파트너' (밤9시50분) 를 시청하게 되었다면 약간 실망스러웠을 지도 모르겠다.

한숨 나오는 현실을 리얼하게 그렸기에 일요일 밤 편안히 시간 보내는 데에 부적합해 보였기 때문이다. 반면에 IMF 상황에 휩쓸려 고생하는 직장인들에게는 공감을 샀을 터. '파트너' 는 헤드헌터와 카 세일즈맨이라는 직업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헤드헌터가 다소 생소한 직업이어서인지 그들이 사용하는 전문용어가 귀에 거슬리기도 한다. 제작진은 전문용어를 그대로 살려 독특한 직업의 특성을 그대로 다루겠다는 입장. 카 세일즈의 경우도 직업상의 애환에 촛점을 맞춰 힘겨운 삶과 동떨어진 사랑놀음으로 이어지는 청춘 드라마의 범주를 벗어났다.

카 세일즈를 하는 주인공 세나 (윤손하)가 자신이 자동차를 판 사람이 부도를 내고 도망가 버려 받지못한 자동차 대금 3천만원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람만 믿고 보증인 없이 차를 넘겨주고 고금리에 연체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연봉보다 많은 돈을 급히 메꿔야 하는 등 액수를 감당해야 하는 젊은 세일즈맨의 어려움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헤드헌터가 되는 지혜 (이혜영) 의 취업담은 황당하다. 방송사 리포터를 전전하다가 세나의 소개로 헤드헌터 회사에 원서를 내자마자 극적으로 자리를 얻게 된다.

갑자기 현실을 비껴가는 청춘물로 바뀌는 듯하다. 세나와 짝이 될 법한 한강우 (조민기) 는 능력.패기.부.퇴폐성을 겸비한 전형적인 순정만화의 주인공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젊은 인물들보다는 영화 '학생부군신위' 등에서 눈에 익은 중견 배우 김일우와 성격파 연기자 박광정.손현주 등이 코믹하고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해준다. 제작진은 '삶은 때로 먼길을 원한다' 라는 부제를 달았던 1회가 가장 심각한 내용이었다고 강조한다.

연출자 최문석 PD는 "첫회를 만들면서 IMF를 의식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애초에 청춘드라마로 기획했으니만큼 앞으로는 주인공들의 연애담이 주가 될 것" 이라고 한다.

박혜민 기자 〈acirf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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