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위란토 국방장관 독주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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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도네시아가 하비비대통령이 발표한 일련의 개혁조치와 미국 등 일부 선진국들의 우호적 입장 표명에 힘입어 안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하비비정권 퇴진과 총선실시를 요구하는 학생들과 야권의 주장도 다소 누그러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혈사태후 외국으로 떠났던 기업인들도 속속 자카르타로 되돌아오고 있다. 24일 수도 자카르타는 시내에 설치됐던 군 바리케이드가 대부분 철거됐다.

지난 22일 군병력에 의해 의회건물에서 강제해산된 대학생시위대도 대규모 시위를 벌이지 않았다. 이에 앞서 하비비대통령은 22일 군부내 강경파로 알려진 프라보위.수비안토 전략군사령관을 서자바 반둥에 위치한 군관학교장에 임명하는 등 수하르토 전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군장성 3명을 한직으로 전출시켰다.

이에 따라 군부는 개혁파로 알려진 위란토 현국방장관의 독주체제가 예상되며 하비비체제의 개혁조치도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23일 출범한 하비비내각의 물라디 법무장관은 23일 "수하트로체제하에서 반체제발언으로 수감된 정치범들을 석방하기로 했다" 고 밝혔다. 그러나 기난자르 카르타사스미타 경제.재정.산업조정장관은 이날 "조기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을 지지한다" 고 밝혀 새 내각내에서도 이견이 노출됐다.

이슬람지도자인 아미엔 라이스는 "향후 6개월내 하비비체제가 민주적 개혁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직에 출마하겠다" 고 밝혀 현체제에 대한 조건부 인정 발언을 했다. 한편 미국무부의 오렐리아 브라질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는 24일 "워싱턴당국은 하비비대통령을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으며 항상 인도네시아를 도울 것" 이라고 말했다.

또 로버트 루빈 미재무장관과 마쓰나가 히카루 (松永光) 일본대장상은 23일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에서 회담을 갖고 "필요하면 하비비대통령을 지원할 것" 이라고 밝혀 하비비체제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국제통화기금 (IMF) 의 인도네시아 지원에 대해서는 "좀 기다릴 필요가 있다" 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자카르타=진세근.이영렬 특파원 〈sk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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