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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금, 투자자 대신 증권사가 주식대금 내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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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경제면에 매일 실리는 ‘머니 브리핑’에 대해 궁금한 게 있다. 증시 관련 자금동향에서 고객예탁금·신용융자금·대주잔고·미수금은 무엇을 의미하나. 환율에서 전신환은 뭐고, 수치는 왜 다른가. <서울 강동구 천호동 이승민씨>

A 환율부터 보자면, 중앙일보엔 매일 다섯 가지의 미국 달러화 환율이 실린다. 6월 13일자 신문을 보자. 1면 하단엔 ‘달러값(원) 1253.9’라고 나와 있다. 15면 머니 브리핑엔 ‘고객 살 때 1275.74(1265.90)’ ‘고객 팔 때 1231.86(1241.70)’이라고 돼 있다. 같은 1달러의 값인데 수치가 다 다르다.

이 가운데 우리가 지갑에 있는 달러 지폐를 은행에 가져가 원화로 바꿀 때 적용되는 환율은 뭘까. 머니 브리핑 ‘고객 팔 때’에 나와 있는 1231.86원이다. 이와 달리 달러를 지폐로 갖고 있지 않고, 해외에서 송금받아 통장에 숫자로만 기록돼 있는 달러를 팔 땐 괄호 안에 있는 1241.7원의 환율에 해당한다. 앞의 것이 ‘현찰매입률(달러화 현찰 팔 때)’이고, 뒤가 ‘전신환매입률(송금받을 때)’이다. 고객 입장에선 달러를 파는 것이지만 은행 입장에선 사는 셈이기 때문에 ‘매입률’이란 표현을 쓴다.

달러를 살 때도 마찬가지다. 달러를 지폐로 직접 사서 지갑에 넣으려고 할 땐 ‘고객 살 때’에 명시된 1275.74원의 환율에 따라 사게 된다(현찰매도율). 하지만 다른 곳에 달러로 송금을 하기 위해 실물을 받지 않고 달러를 살 때는 달러당 1265.9원에 산다(전신환 매도율).

또 1면에 나온 달러값은 ‘매매기준율’로서 모든 환율의 기준이 된다. 이 다섯 가지 환율을 비교하면 현찰매도율>전신환매도율>매매기준율>전신환매입률>현찰매입률 순으로 크다.

그럼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우선 은행 입장에서는 달러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이익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달러를 비싸게 사서 싸게 팔 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고객이 살 때의 달러값(매도율)이 팔 때 가격(매입률)보다 높아진다. 또 숫자만 왔다 갔다 하는 전신환은 거래에 비용이 그다지 들지 않는다. 이와 달리 지폐 실물이 오고 가면 보관이나 수송에 비용이 든다. 은행은 전신환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현찰을 바꿔줄 때 더 많은 마진을 남기게 된다.

환율에 대한 궁금증이 다소 풀렸다면 ‘증시 관련 자금동향’을 살펴보자.

4월에 사상 최대치인 16조원대까지 증가했던 고객예탁금은 13조원대로 줄었다. ‘고객예탁금’은 증권회사가 주식 매매와 관련해 고객으로부터 받아 일시적으로 보관 중인 돈을 말한다. 흔히 고객예탁금이 증가하면 주가가 오를 거란 기대감이 커지곤 한다. ‘고객예탁금=주식 사려는 대기자금’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예탁금엔 주식을 사기 위해 맡겨 놓은 돈 말고, 주식을 팔고 인출해가지 않은 결제대금까지 포함된다. 따라서 고객예탁금은 주가 움직임을 예측하는 지표로는 한계가 있다. 주가에 앞서기보다는 주가의 움직임을 뒤따라가는 편이다.

고객예탁금을 볼 땐 미수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미수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고 결제대금이 모자랄 때 증권회사가 대신 결제대금을 내준 일종의 ‘빚’이다. 따라서 고객예탁금이 늘어난다 해도 미수금이 대폭 증가했다면 주식을 사려는 대기자금이 늘었다고 볼 수 없다.

투자자는 외상으로도 주식을 사거나 팔 수 있다. 증권회사로부터 신용을 담보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경우(신용거래), 그 돈이 ‘신용융자금’이다. 신용융자금이 늘어난다는 건, 융자기간(보통 90일 내외) 내에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돈 대신 주식을 빌리는 대주거래도 있다.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려 팔고,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주식을 되사서 갚는 방식이다. 이때 증권회사로부터 빌린 주식 금액이 대주잔고다. 대주잔고가 늘어난다는 건 주식을 빌린 기간(보통 30일) 동안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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