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굶는 제자를 돕자" 스승사랑 전국 메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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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교생 수가 12명에 불과한 강원도홍천군서면팔봉리 반봉초등학교 팔봉분교 김희웅 (金喜雄.56) 교사는 20여년간 즐기던 담배를 끊었다.

"산간 벽지인 이곳도 점심을 굶는 학생들이 있어요. 한창 자랄 아이들이 굶는 건 모두 어른들의 죄지요. " 金교사는 지난 18일 담뱃값을 절약한 5만원을 들고 농협을 찾아 한국교총이 개설한 '결식학생 돕기 사랑의 모금운동' 계좌에 돈을 입금시켰다.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영향으로 점심을 싸올 수 없는 실직 가정 학생들을 돕기 위한 교사들의 자발적 모금운동이 한달째를 맞은 지난 18일 참여 교사수가 1만명을 넘는 등 온정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배고픈 제자들에게 따뜻한 점심을 안겨주기 위해 푼푼이 모은 성금이 현재 2억5천여만원. 서울공항초등학교는 전체 교사 33명이 이달초 하룻동안 교무실에서 즉석 모금활동을 벌여 35만원을 모았고 앞으로 신문지.캔 등 재활용품을 팔아 2차 성금을 낼 계획이다.

성금 물결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각 정당대표, 이해찬 (李海瓚) 교육부장관은 물론 이화여대 등 대학교 교직원들도 가세했다.

현재 점심을 굶는 중.고생은 전국적으로 1만7천여명으로 예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교총은 이에 따라 이달안으로 교직수당 인상이 각의를 통과하는대로 '한명의 교사가 한명의 굶는 제자 맡기' '인상분 2만원 모으기' 등 행사를 통해 총 30억원을 모아 교육부에 전달키로 했다.

성금 기탁 희망자는 국민은행 (760 - 25 - 0007 - 680) 이나 농협 (368 - 17 - 000981) 의 한국교총 계좌로 송금하면 된다.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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