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유권자 무관심에 개인연설 아예 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20일 오후2시30분쯤 대전시중구은행동 '문화의 거리'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이곳에서 한 구청장 후보가 운동원 4~5명과 함께 "기호0번" 을 외쳐대지만 행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표' 를 부탁하며 일일이 악수를 청하지만 상당수가 피해가기 바쁘다.

대학생 김은구 (金銀九.21) 씨는 "취업난 때문에 먹고살 걱정이 태산인데 선거에 관심이 있겠느냐" 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11시 강원도강릉시임당동 거리에서 열린 모 정당 도의원 후보의 거리유세전도 쓸쓸하기만 했다.

마이크를 통해 열변을 토해내고 자원봉사자 10여명이 율동을 하며 관심을 모아보지만 연설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리저리 뛰는 후보에 냉담한 유권자' - . 전국에서 벌어지는 있는 초반 6.4 지방선거전의 양상이다.

후보들은 혼탁.과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무관심' 하기만 하다.

20일 오후1시부터 전북 군산역전 광장에서 열린 연설회. 텃밭인 국민회의 정당연설회임에도 4백여명만이 모였다. 당원들을 제외하면 순수 청중은 2백여명도 안돼 보였다.

95년 선거때 같은 곳에서 개최했을 때의 1천여명과 비교하면 유권자의 관심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기초의원에 대한 관심은 더욱 없어 이날 오전11시 전북전주시덕진구금암동 공터에서 열린 기초의원 후보 연설회엔 불과 10여명만이 모였다.

유권자들의 반응이 냉담하자 일부 후보들은 아예 개인연설을 포기하고 '표심' 을 잡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서고 있다. 대전 구청장 선거에 나선 한 후보는 19일 대전역에서 개인연설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청중들의 호응이 너무 적어 포기하고 운동원들의 거리행진으로 대체했다.

한 대구시의원 출마자도 19일 오후 열린 자민련 대구시장 후보연설회에 찬조연사로 참여, 자신을 알리는 '업히기 식' 운동을 했다.

아예 일부 후보들은 '전화 유세' 로 전략을 바꿨다.

20일 오후2시 양천구청장 후보로 나선 A후보 개인사무실. 20명의 아르바이트 요원들이 저마다 칸막이로 가려진 의자에 앉아 쉴새없이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선 하루 평균 5천명의 유권자에게 전화홍보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난과 정치권에 대한 환멸, 영농철 등이 겹치면서 선거에 대한 냉담이 심화하고 있다" 며 "이런 무관심이 착근 (着根) 단계에 들어간 지방자치의 뿌리를 왜곡시킬 수 있다" 고 우려한다.

성균관대 한원택 (韓垣澤.행정학) 교수는 "국제통화기금 체제 극복을 위해 지방행정의 효율화가 시급하므로 유권자들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선거에 참여해야 올바른 지방자치를 이룰 수 있다" 고 말했다.

최준호.서형식.김현기.나현철 기자 〈choijh@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