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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리포트] 너무 일찍 붙은 두개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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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머리뼈를 공처럼 만드는 데는 조물주의 많은 ‘고심’이 있었던 듯하다. 헬멧처럼 주물로 찍어낼 수 없어 고안해낸 것이 바로 ‘조각보’처럼 이어 붙이는 방식이다.

출생 후 두개골을 형성하는 작은 머리뼈들은 빠르게 자란다. 그리고 한두 살이 되면 머리뼈가 뇌 크기보다 커진다. 이때쯤이면 각각의 머리뼈는 서로 붙어 간격이 없을 정도로 완전한 공 모양이 된다.

‘두개골 유합증’이라는 병이 있다. 특정 부위의 머리뼈가 너무 빨리 자라 서로 일찍 붙어버리는 질환이다. 이렇게 조각뼈가 조기 유합되면 두개골이 기형적으로 성장하고, 공간이 좁아 뇌조직이 제대로 크질 못한다. 그 결과 뇌압이 상승해 소뇌가 척수 쪽으로 빠져나가 키아리 증후군이나 발달지연·뇌기능 장애의 원인이 된다. 예컨대 양측 앞뒤로 머리뼈가 붙으면 옆으로 머리뼈가 더 빨리 자라 납작 머리가 되고, 반대로 양측 옆으로 자라는 머리뼈끼리 붙으면 좁고 긴 머리 모양이 된다.

방법은 수술이 유일하다. 붙어 있는 머리뼈를 잘라 정상적인 발육을 유도하거나 머리뼈를 정상에 가깝게 변형시키는 것이다.

아주대병원 신경외과 윤수한·박동하 교수 팀은 두개골 유합증을 빠르고 안전하게 수술하는 방법을 개발, 최근 미국신경외과학회에서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현재 8~12시간 걸리던 수술 시간을 평균 1시간으로 단축시키고, 출혈량은 300~500cc에서 30~50cc로, 마취·감염의 위험도 감소시켰다.

기존 수술은 머리뼈를 여러 조각으로 자르고 붙여 정상 모양을 만드는 방식. 하지만 그는 붙어 있는 봉합선만을 자르고 틈새를 벌리는 특수기구를 집어넣어 매일 조금씩 벌려 획기적으로 수술시간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였다.

두개골 유합증은 신생아 2000명당 1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유전도 관여하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두개골 유합증은 조기 발견을 통한 조기 수술이 권장된다. 아이가 뇌압이 높거나 안구 돌출이 심하면 생후 1주일이라도 급하게 수술해야 한다. 반면 유합증 외에 다른 기능이 정상이면 생후 2∼4개월에 수술해도 좋다.

윤 교수는 “발병 초기에 수술하면 1시간이면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수술 시간도 길어질 뿐 아니라 출혈 등 위험 부담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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