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매춘부" 라는 그녀, 수영복 화보는 왜 찍었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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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지난해 여름 최대의 흥행작 ‘트랜스포머’의 속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주인공 샤이아 라보프와 메간 폭스(사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편에 출연할 때만 해도 상대적으로 신인에 가까웠던 이들은(이러저러한 영화에 조연 및 단역으로 출연했었다) ‘트랜스포머’의 흥행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메간 폭스는 제2의 앤절리나 졸리라는 평을 듣는 차세대 섹스 심벌로 남성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최근 영화 홍보로 미디어 노출 빈도가 높아지면서 ‘에스콰이어’ ‘GQ’와 같은 이른바 남성잡지에도 인터뷰가 연일 실리고 있다. 물론 비키니 화보도 함께! 그간 메간 폭스의 ‘속살’이 궁금했던 남성 팬들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그녀는 ‘GQ’와의 인터뷰에서 “배우는 매춘부와 마찬가지”라는 매우 파격적인 발언을 했다. 그녀의 논리는 이렇다. “우리가 키스를 하고, 다른 사람을 만지고,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돈을 지불한다”며 “이게 매춘부와 다를 바가 뭐냐, 역겹다”고 말했다.

그동안 “예술을 위해 벗었다”던 여배우들이 들으면 대로(大怒)할 노릇. 그런데 아이러니컬한 것은, 그녀는 요즘 제일 잘나가는 섹스 심벌이자 그녀가 인터뷰한 매체는 ‘고품격’으로 포장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남성들의 관음증 해소에 기여하는 남성잡지라는 점이다. 게다가 역겹다면서 수영복 화보는 왜 찍은 걸까.

폭스가 각종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견해를 살펴보면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더러 눈에 띈다. 2008년 영국의 남성잡지 FHM으로부터 ‘올해 최고의 섹시 미녀’로 선정된 직후 폭스는 “이 상을 별로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어떻게 해야 섹스 심벌로서의 위치를 감당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는 성적으로 굉장히 자신감이 있다”며 “그냥 (섹시미가) 땀구멍 밖으로 철철 새어나온다”고 말한다. 딱히 노력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나는 원래 섹시한 것”이라는 얘기다. 요약하면 섹시한 얼굴과 몸매를 타고났으나 섹스 심벌로 살고 싶지 않은 한 여인의 슬픈(?) 사연이라고나 할까.

정확히 말해, 그녀는 섹시미에 덧붙여지는 백치미가 싫은 듯하다. 폭스는 “토크쇼에 출연해 어려운 단어들을 나열하며 ‘나는 똑똑하다. 나도 말이라는 걸 할 줄 안다’고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는 나의 잘못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가 무섭게, 그녀는 며칠 전 미국의 연예 프로그램 ‘엔터테인먼트 투나잇’에서 “섹스 심벌로 사는 것은 근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바보가 아니라더니 금붕어에 버금가는 이 기억력은 도대체 무엇인가.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한 TV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리포트에게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 믿고 싶다.

“배우는 매춘부”라는 발언으로 돌아가 보자. 영화는 기본적으로 ‘상업예술’이다. 따라서 여배우가 옷을 벗는다면 그것은 ‘상업’ 때문일 수도 있고 ‘예술’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철저히 ‘상업’이기만 한 남성잡지를 위해 옷을 벗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돈을 주고 몸을 파는 매춘부에 더 가까운 게 아닐까. 굳이 어느 쪽이 더 그러한가를 따져보자면 말이다.


일간지에서 문화부 기자로 근무하다가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스탠퍼드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다.

김수경 sisikolko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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