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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 없애는 건 철새 서식지 없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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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달 9~10일은 유엔환경연합(UNEP)이 정한 ‘2009년 세계 이동물새들의 날’이었다. 이는 이동물새, 특히 장거리를 나는 물새 (도요물떼새)를 보호하는 행사인데,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린다. 2004년 호주에서 시작한 이 행사는 조류탐조대회를 통해 사라져가는 갯벌을 보호하고 철새들의 서식지 보전에 필요한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처음으로 경남 창원과 마산에 걸쳐 있는 봉암갯벌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행사를 열었다. 올해는 넓은 갯벌이 펼쳐진 낙동강 하구에서 ‘습지와 새들의 친구’와 낙동강습지사업단 공동 주최로 열렸다. ‘얄비를 찾아라’는 탐조 주제에 따라 어린이와 청소년 참가자들은 필드스코프(망원경)를 좌우로 돌리면서 갯벌 위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물새들을 관찰했다.

‘얄비(YRBY)’는 4월 초 뉴질랜드 북섬의 마나와투강 하구에서 출발해 1만㎞가 넘는 거리를 8일 동안 쉬지 않고 날아 낙동강 하구 갯벌에 도착한 큰뒷부리도요를 말한다. 이 물새는 뉴질랜드의 철새 연구자가 이동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2년 전 다리에 가락지를 부착했다.

큰뒷부리도요는 몸 길이가 평균 39㎝에 달하는 대형 도요새이며 초장거리 이동 비행으로 이름난 새다. 이들의 놀라운 비행은 2007년 인공위성 추적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큰뒷부리도요는 낙동강 하구에서 한 달여 동안 먹이를 섭취해 지친 몸을 회복하고는 다시 한 번의 비행으로 알래스카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번식을 마친 뒤 9월이 되면 뉴질랜드까지 무려 1만1500여㎞를 9일 동안 논스톱으로 날아간다.

뉴질랜드와 호주 등에서는 물새 이동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정기적으로 물새의 발목에 가락지를 부착하는 행사를 한다. 연구에 곁들여 탐조축제를 열어 물새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필자도 5월 초 서해안의 갯벌과 한강 하구를 따라 도요물떼새와 저어새를 관찰하는 탐조여행을 했다. 그러면서 많은 청소년이 이동성 물새들을 따라 여행하면서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호연지기를 기르는 교육프로그램을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4대 강 살리기 사업을 하면서 강변의 모래톱을 제거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깊은 연구와 재고가 필요하다. 낙동강은 사행천이라 모래톱이 매우 발달돼 있다. 이 모래톱은 시베리아와 한국·일본을 잇는 흑두루미와 재두루미의 중요한 이동 통로다.

최근 잘 보전된 낙동강가의 우포늪에서 따오기가 30년 만에 다시 나타나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사라졌던 조류를 복원하는 정성으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두루미류를 보호하기 위해 보전 가치가 있는 모래톱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이인식 우포늪 따오기 복원추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