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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E 2000 실질환율보고서] 엔화 저평가돼 세계경제 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미 워싱턴에서 영향력이 큰 싱크탱크인 국제경제연구소 (IIE.소장 프레드 버그스텐) 는 13일 (현지시간) "달러당 엔화 환율이 77~95엔이 돼야만 적정하다" 는 견해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IIE의 주장대로라면 엔화의 심각한 저평가, 즉 달러의 고평가가 현 세계 경제질서의 큰 문제이며 앞으로 큰 폭의 '엔고 (高)' 현상이 나타나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엔화 가치는 달러당 1백30엔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IIE는 이날 워싱턴의 럭셔리 컬렉션 호텔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모인 공식 설명회를 갖고 '2천년의 실질 환율' 이란 연구보고서 (저자 사이먼 렌루이스.레베카 드라이버) 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로버트 루빈 장관이 이끄는 미 재무부가 '강한 달러'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가운데 경제 문제에 큰 영향력을 가진 IIE가 이런 주장을 펼쳐 앞으로 한바탕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강한 달러 정책이 바뀌어 엔고 현상이 벌어지면 한국의 수출에는 '파란불' 이 켜지게 된다.

이번 환율 보고서는 오는 2000년 각국이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적절한 경상수지 흑자.적자 규모를 설정하고 이 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장기 균형 환율을 산출했다. 예를 들어 미국이 국내총생산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가 2%, 일본의 경우는 GDP대비 1.9%의 경상흑자를 낸다고 할 때 도달해야하는 환율 수준이 달러당 77~95엔이라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영국 파운드화만이 현재 달러화에 적절한 균형 환율 상태이며 일본의 경우 달러화에 대한 큰 폭의 평가절상,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은 소폭의 평가절상이 필요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미.일의 상황에서 보듯 세계 경제는 심각한 불균형 상태이며 따라서 환율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생각해야만 한다" 고 주장했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sg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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