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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작가 이용도씨 연재 소설 '드래곤라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PC통신 문단의 데뷔는 자유롭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3백만 부가 팔렸다는 '퇴마록' 정도. 나머지는 흐지부지 사라지고 만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하이텔 창작란 (go serial)에 '드래곤 라자' 라는 판타지 소설을 연재한 이영도 (26.jin46) 씨는 그런 점에서 무척 운이 좋은 경우라 할 수 있다.

평균조회수 3천을 상회하는 인기를 누린데다 연재 두 달 만에 도서출판 황금가지로부터 정식출간 제의를 받았으니. 하지만 정작 그는 무덤덤하다.

국문학과 (경남대) 를 나왔지만 한번도 신춘문예 등 정식등단에 마음을 줘본 적이 없고 그 흔한 습작 하나 끄적거려 본 적도 없다. 등단 또는 돈방석 같은 단어와 거리가 있었다고나 할까. 통신에 창작물을 올려본 것도 물론 처음이다.

"머리 쓸 만한 재밋거리가 없을까 해서 그냥 써본 건데 책을 만들자니 겁이 나데요. 계약서 쓰고 나서부턴 글 쓰는 재미가 반감이 됐습니다. 나 때문에 출판사만 골탕 먹는 게 아닌가 싶은 부담감 때문에요. "

그는 소위 '판타지 매니어' 는 아니다. 다만 머릿속을 떠돌던 줄거리에 맞아떨어지는 형식을 찾다 보니 판타지가 됐다.

아직 세상경험이 부족한 자신에게 아예 인간과 다른 종족을 설정하고 나름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장르가 적합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인간은 타인을 자기 중심으로 해석해 일반화를 하죠. 거기에서 모든 오해가 비롯됩니다.

만약 인간이 아닌 전혀 다른 종족을 상정한다면 '관계맺기' 에 대한 새로운 발상도 가능하겠죠. 가령 엘프 (북구신화에 나오는 작은 요정) 는 자신을 타인의 모습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조화를 꾀하고 드래곤은 타인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유아독존적 사고를 하니까요. "

그가 일곱 달 동안 '써제낀' 양은 원고지로 따지면 1만3천여매. A4용지 10장 분량의 글을 거의 매일 올렸다. '드래곤 라자' 를 보려고 다른 통신망 이용자가 일부러 하이텔에 가입을 하기도 했고 글이 올라올 무렵인 새벽 1~2시쯤 접속해 기다렸다 읽고 가는 열성족들까지 있었다고 한다.

총10권으로 예정된 '드래곤 라자' 1권은 이달말 나올 예정이다. 현재 황금가지 (하이텔ID:zhihion) 쪽에선 통신독자들에게 책 표지그림에 관한 아이디어를 받고 있다.

마산 = 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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