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화씨 9/11' 이어 랩도 '부시 때리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 부시 대통령과 9.11 테러의 연관성을 암시하는 노래를 발표한 제이다키스.

할리우드를 필두로 한 미국 연예계의 '반(反)부시'대열에 흑인 랩 가수가 동참했다.

17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부시와 9.11 테러와의 연관성을 암시하는 내용을 담은 흑인 래퍼 제이다키스의'왜(Why)?'가 화제를 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가사는 '왜 부시는 그 탑들을 때려 부쉈나(Why did Bush knock down the towers)?'다. '그 탑들'이란 2001년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을 가리킨다.

이 노래가 들어 있는 신보 '죽음의 키스(Kiss of Death)'는 3주 전 발매 직후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고'왜?'는 힙합 싱글 차트 20위권 안에 진입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WP는 "인터넷 블로그에서 퍼뜨리는 음모라면 가볍게 무시당했을지 모르지만 제이다키스의 새 음반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부시와 오사마 빈 라덴 일가의 유착관계를 폭로하는 마이클 무어의 영화 '화씨 9/11'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대선을 앞두고 대중문화계에 또 하나의 '부시 저격수'가 등장한 셈이다. WP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뉴스채널 폭스 뉴스는 "아주 극악무도한 노래며 이를 부른 제이다키스는 중상모략하는 장사치"라고 비판하고 흑인 비평가의 입을 빌려 "지정학(地政學)에 대한 제이다키스의 지식 수준은 월마트에 물건 사러나온 사람 정도"라고 혹평했다.

WP는 이와 더불어 '힙합 세대'의 저자 바카리 키트와나의 분석을 소개했다. "흑인 젊은이들은 부시 대통령이 2000년 대선 승리를 훔쳤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의 9.11 연루설이 나돌고 있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백악관은 음악 비평을 하지 않는다. 미국 국민은 9.11 참사의 주범이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는 차분한 논평을 내놨다.

한편 논란을 의식한 제이다키스의 음반기획사는 뮤직비디오에서 문제의 가사 부분을 들어내기로 했다.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