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이자 꼼꼼히 따져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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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예비 청약자들이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중도금 대출이자(양도성예금금리+가산금리)가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는 일이다. 은행들이 건설업체의 신용도, 해당 아파트의 입지·규모 등에 따라 대출 금리를 다르게 매기고 있어서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난해 9월 세계 금융위기 이후로는 부쩍 심해졌다.

같은 지역 같은 날 분양된 아파트라도 1년 이자가 많게는 100여 만원씩 차이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달 인천 청라지구에서 동시 분양된 SK건설의 SK뷰(879가구)와 반도건설의 반도유보라(174가구)는 가산금리가 각각 3.1%와 3.56%다. 91일물 양도성예금금리 2.41%(11일 기준)를 적용하면 SK뷰 계약자는 연 5.51%를, 반도유보라 계약자는 연 5.97%를 대출 이자로 물어야 한다.

같은 지역에서 같은 날 나왔지만 똑같이 2억원을 대출받은 경우 반도유보라 계약자(1년 1194만원)가 SK뷰 계약자(1년 1102만원)보다 94만원 더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SK뷰는 대형 건설업체가 짓고 단지 규모도 크지만 반도유보라는 중견 업체가 짓는 데다 가구 수 또한 적기 때문이다.

시공사의 신용도·사업성 등 여러 면에서 SK뷰가 앞선다는 얘기다. 신한은행 여신팀 김태형 차장은 “중도금 대출은 일종의 신용대출이기 때문에 보증인인 시공사의 신용도는 물론 해당 사업지의 규모나 입지여건 등을 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같은 업체가 분양한 아파트라도 사업지가 어디냐에 따라 대출이자가 또 달라진다. 롯데건설이 지난달 청라지구에서 분양한 청라롯데캐슬은 가산금리가 3.2%인 반면, 3월 대구 서구에서 분양한 평리롯데캐슬은 3.45%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방 사업지의 경우 서울·수도권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때문에 가급적 대출이 안 나가는데, 나간다면 위험이 높은 만큼 은행으로서도 가산금리를 높게 매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도금 대출 금리를 알아보려면 해당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을 맡고 있는 은행(지점)에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 시공사·사업지에 따라 가산금리 차이가 적지 않은 만큼 번거롭더라도 이를 확인해 보고 청약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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