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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새한좀금 인수 꼬리무는 의문점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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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산업은행의 거평그룹 산하 새한종합금융 전격인수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부실 금융기관은 가능한한 빠르게 정리하겠다던 정부 방침에도 역행하는데다 인수과정에도 갖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설명 = 거평그룹의 계열사들이 부도를 내 새한종금의 예금인출 사태가 우려됐다. 또 거평으로선 새한종금이 6월말 6%의 국제결제은행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도록 하기 위해 6백억원의 증자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자금난으로 어렵게 됐다. 따라서 새한종금은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우량 금융기관이지만 공짜로라도 산은에 넘기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산은도 새한종금에 6천억원 (외화 4억달러.원화 9백억원) 의 대출이 있는데 새한종금이 도산하면 부실채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새한종금을 인수해 정상화시킨 뒤 파는 게 산은에도 유리했다. 정부로서도 또 종금사 예금인출 사태가 나면 금융시장에 혼란이 온다고 판단, 산은의 인수를 승인했다.

◇의문점 1:새한종금 인수를 산은이 독자적으로 결정했나 = 오는 11월부터 국책은행도 시중은행과 똑같은 기준에 따라 경영평가를 하기로 IMF와 합의한 바 있다. 이런 시점에서 부실 가능성이 큰 종금사를 산은이 자발적으로 인수키로 했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정부와 산은의 말도 엇갈린다. 산은은 금융감독위원회와 재경부가 요청해 새한종금을 인수키로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당일 오전에야 산은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의문점 2:자산.부채 실사는 제대로 했나 = 새한종금을 공짜로 인수키로 했다지만 빚이 자산보다 많으면 그만큼 산은이 손해를 보게 된다. 정부는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새한종금의 자산이 빚보다 1천6백40억원 많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새한종금이 거평에 빌려준 1천9백50억원은 회수 가능한 대출금으로 분류돼 있어 거평이 부실화될 경우 빚이 자산을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금융계에선 새한종금이 대한종금과 대출을 맞바꾸는 방법으로 거평에 대주주 여신한도를 초과해 대출해줬다는 소문이 파다해 거평이 부실화될 경우 숨겨진 빚이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의문점 3:제3자 매각 가능한가 = 산은은 새한종금을 정상화시킨 뒤 제3자에게 팔면 이익이 남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종금사를 사들일 투자가가 있겠느냐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더욱이 산은은 오는 6월말까지 새한종금이 BIS비율 6%를 맞추도록 6백억원의 증자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내년 6월말까지 BIS 8%를 맞추기 위해 또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의문점 4:구조조정 프로그램과 맞지 않는다 = 그냥 두면 망할 수밖에 없으니 인수해 정상화시키고 그 후에 팔면 이익이라는 논리는 모든 종금사에 다 해당되는 논리다. 이런 정부 주장대로라면 현재 자금난을 겪고 있는 종금사 모두를 인수해야 옳다. 정부도 이런 점을 잘 알면서 굳이 새한종금만 인수해준 것은 구조조정 계획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경민·박장희 기자

〈jkm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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