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피어싱 위험천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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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 피어싱에 의한 연골염으로 피부육종이 생긴 모습.

얼마 전 홍대 앞 거리를 지나던 최모(32)씨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길거리에 자리잡은 좌판에서 여성 고객이 액세서리를 고르면 그 자리에서 살을 뚫어 피어싱을 해주는 것이었다. 마취도 하지 않고 두툼한 바늘로 살을 뚫는 모습까지는 참을 만했지만 과산화수소로 바늘을 대충 소독하는 데는 아연실색했다.

신체 일부를 뚫어 장신구를 달아주는 피어싱이 의료 사각지대에서 성행하고 있다. 특히 피어싱이 과거 귓볼을 뚫는 정도에서 귀의 연골.코.배꼽.성기 등으로 확대될 뿐 아니라 피어싱 중독자까지 등장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피어싱은 불가피하게 피부를 손상시킨다는 점에서 의료행위로 간주된다.따라서 길거리는 물론 피어싱숍이나 미용실에서 하는 행위조차 불법이다.

피어싱으로 야기되는 문제는 감염과 체질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다.

심미안성형외과 정동학 원장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고압살균기가 아니면 완전히 박멸되지 않는다"며 "불에 그을리거나 자외선 소독기를 갖췄다고 해도 간염.에이즈 같은 치명적 질환의 감염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피어싱을 한 뒤 그 자리에서 금속물질을 부착함으로써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과산화수소로 바늘을 소독할 경우 금속을 변질시켜 피부 알레르기를 증가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여성들이 다급하게 병원을 찾는 이유는 육아종 때문. 3개월 전 서울 명동 피어싱숍에서 배꼽을 뚫은 이모(28)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피어싱 후 가렵고, 고름이 나와 연고를 계속 발랐지만 오히려 구멍 언저리 피부가 시커멓게 변하면서 살덩이가 부풀어 올랐다는 것.

피부 낭종도 흔하다. 우태하피부과 한승경 원장은 "살을 뚫을 때 피부가 안쪽으로 밀려 들어간 상태에서 아물면 이곳에서 조직이 자라 커다란 혹을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피어싱 부위가 귀 위쪽과 같은 연골부위일 경우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연골을 둘러싼 연골막 안쪽으로 피 또는 분비물이 고여 염증이 더 빈발하기 때문이다. 이때 조기 치료하지 않으면 연골막염이 생겨 귀가 변형되기 시작한다.

따라서 피어싱을 하려는 사람들은 불편하더라도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최근 피어싱 인구의 증가에 따라 장신구를 갖추고 위생적인 1회용 피어서(뚫는 기구)를 사용하는 의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다음은 정동학 원장이 권하는 피어싱할 때의 주의사항.

첫째, 피어싱도 수술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가벼운 상처를 얕봤다가 평생 건강을 망칠 수 있다. B형 또는 C형 바이러스 간염에 감염되면 현대의학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

둘째, 알레르기를 피하려면 살을 뚫은 뒤 4~6주까지 안정된 재질(의료용 스틸이나 스틸.티타늄을 도금한 것)의 전문 피어싱을 끼웠다가 피부가 아문 뒤 원하는 장신구를 끼도록 한다. 18K 금 등은 도금 과정에서 니켈이나 코발트 등을 사용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셋째, 현재 귓볼의 경우 대부분 6㎜로 하고 있는 피어싱 길이를 여유있게 해야 한다. 장신구와 피부 사이에 여유가 있어야 약을 투입하고, 염증이 생겼을 때 분비물이 빠져나온다.

넷째, 샤워나 세수하기 전 피어싱 부위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의료용 젤을 바르고, 항생제 연고를 자주 바른다.

다섯째, 염증이 생기면 피어싱을 빼고 대신 의료용 실리콘 튜브를 끼운 뒤 항생제를 투여해야 뚫었던 구멍이 막히질 않는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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