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실리콘밸리]上. 한국인 벤처들 '신기술 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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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제까지 실리콘밸리에는 국내 대기업이 주로 진출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이 모험정신 하나만 가지고 미래의 엘도라도 (금맥)에 도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포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부는 한국인 창업바람을 현지에서 점검해 봤다.

경제난을 극복하려는 한국인들의 열기가 실리콘밸리를 달구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인 1.5세와 2세를 중심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모임인 재미기업가협회 (KASE)가 발족한데 이어 지난달 24일 정보통신부가 해외소프트웨어지원센터 (KSI) 를 설립했고 한국벤처기업협회 (KOVA)가 다음달 실리콘밸리에서 각종 세미나를 준비하는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인 벤처기업들의 구심점 역할은 KSI가 맡고 있다. 정통부가 20억원의 자금을 들여 캘리포니아주 샌 호제이 도심 한가운데 조성된 2백60평 규모의 이 센터에는 골드뱅크.건잠머리.넥스텔.디지털캐스트등 10개 업체가 이미 입주해 각종 연구.개발작업에 들어갔다.

성과가 나오려면 최소 1년은 기다려야 하지만 올해말까지 최대 20개 업체로 그 수가 늘어난다. 이 센터에는 한국과 연결된 초고속통신회선이 마련돼 있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각종 사업을 동시에 진행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부담하는 입주비용이 월 1백~2백달러에 불과해 국내에선 상상도 할수없는 좋은 환경이다. KSI는 ▶국내 벤처기업의 현지화지원 ▶각종 정보제공 ▶단기출장업체 업무협조 ▶미국내 인적 네트워크구성 ▶자금유치등의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박승진 (朴勝進) 초대소장은 "보통 미국에서 회사를 설립하려면 6개월이 필요하지만 KSI는 이를 1개월로 줄여줄 것" 이라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이 센터에는 창업을 희망하는 한국계 유학생과 한국내 중소기업의 문의가 밀려들고 있다.

朴소장은 쉽지는 않겠지만 늦어도 내년까지 2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ASE에 대한 관심도 높아가고 있다. 50개 업체 5백여명의 한국 기업인이 참석중인 이 모임은 최근 미국 정부에 비영리단체로 정식 등록하면서 활동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이 단체는 인도인.중국인들이 인적 유대의 폭을 강화하며 영향력을 키워가는데 자극받아 설립된 자연발생적인 모임이다.

벤처창업자.금융인.기술자를 중심으로 활동중인데 이를 통해 네오채널이란 한국인이 경영하는 소프트웨어유통회사가 곧 탄생하게 된다. 최근들어 한국이 IMF 한파로 경제난을 겪게 되면서 한국인끼리 단결과 결속을 할 필요성이 높아감에 따라 이 모임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샌 호제이 (미 캘리포니아주) =이민호 기자

〈m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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