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보는 김선홍씨 주요혐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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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선홍 (金善弘) 전 기아그룹회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임박했다. 검찰은 金전회장과 측근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金전회장의 횡령 및 배임.탈세 등 혐의를 이미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전회장의 주된 혐의는 상장회사인 기아의 공금을 '경영발전위원회' 기금으로 빼돌려 기아 계열사 주식을 사들인 것. '우리사주 조합' 과 '사원 복지기금' 의 복합적 성격을 띤 '경발위' 기금은 85년 41억원의 종잣돈으로 시작된 뒤 사원들의 상여금중 일부를 적립, 모두 6백70억원에 이른다. 이 기금이 金전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경발위' 기금은 기아자동차 주식의 6%를 소유하고 있고, 그 권한이 金전회장에게 위임돼 있어 金전회장이 주인없는 기아그룹을 통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해 7월 기아그룹 부도 이후 金전회장이 정부의 사퇴 압력에 저항, 기아사태 처리를 지연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 기금을 통해 金전회장이 '최대 주주' 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만약 '경발위' 기금이 직원들의 상여금만으로 조성됐다면 金전회장에게 횡령 및 배임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검찰은 3백억원이 넘는 회사 공금이 법적 절차없이 기금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즉 金전회장은 회사돈을 횡령한 것이며, 주주의 이익에 반해 회사돈을 썼으므로 배임행위를 한 셈이 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조와 합의했더라도 정당한 절차없이 회사돈을 쓰는 것은 불법" 이라며 회사 공금의 경발위 출연에 배임죄를 적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金전회장이 '경발위' 기금과 기아자동차의 돈으로 ㈜기산 등 부실 기업을 문어발식으로 사들인 행위에 대해서도 배임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정치권으로 수사를 확대할지에 대해선 소극적이다.

소위 '김선홍 리스트' 는 확인할 가치도 없는 루머에 불과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결국 기아관련 수사는 '경발위' 기금 등 공식적인 부분에 한정되고 개인 비자금은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정철근 기자 〈jeconom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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