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동훈이 아버지가 쓴 '부치지 못한 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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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부도 아빠는 도피중…. 16세 아들의 부치지 못한 편지' 를 지면을 통해 해외에서 읽은 경기도수원시 창현고 1년 이동훈 (李東勳.16) 군 아버지 李모 (51) 씨는 7일 본사에 '부치지 못한 답장' 을 팩스로 보내왔다.

李씨는 "IMF시대를 살아가는 못난 가장의 아픔을 같은 처지에 있는 아버지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며 "재기에 성공해 떳떳하게 만날 그날을 기약하자" 고 말했다. "아들의 편지를 읽고 한없이 울다가 지쳐 달력을 보니 내일이 어버이날. 여든이 넘으신 부모님께 해외출장을 가야 한다고 거짓말하고 해외로 떠나온 못난 아들이자 못난 아버지인 저의 편지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이 조금이나마 교훈을 얻고 함께 진정한 효 (孝) 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李씨는 아들 동훈이에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아들로서, 또 너희들의 아버지로서 반성문을 제출하는 심정으로 글을 쓴다" 고 고백했다. "나는 좋은 부모님을 만나 쉰이 넘도록 넘치는 사랑과 염려를 받고 살았건만 나는 할아버지.할머니가 내게 주신 정성의 1만분의1도 너희들에게 못하고 있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구나. 나는 효심은 있어도 효행이 부족한 사람이었는가 보다. "

그는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절대로 쓰러지지 않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라고 쓴 동훈이의 편지에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또 "밤중에도 집에 채권자들이 찾아오는 모양이니 얼마나 힘들겠니. 하지만 그분들도 모두 다 나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이니 귀찮아하지 말고 부디 잘 대해 드려라" 고 부탁의 말도 잊지 않았다.

李씨는 "할아버지.할머니께 자주 안부 인사를 드려라" 며 "어머니 잘 모시고 공부 열심히 하고 항상 남에게 모범이 되어라" 는 당부의 말로 긴 편지의 끝을 맺었다.

권영민 기자

〈goodnew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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