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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틴틴] '호랑이 굴로 장가들러간 노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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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굴로 장가들러간 노총각
서정오 글, 김용선 그림, 토토북, 180쪽, 8800원

‘서정오 선생님이 들려주는 삼국유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말 그대로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각종 이야기를 뽑아 엮은 것이다. ‘연오랑 세오녀’‘알에서 태어난 수로왕’등 어린 시절 누구나 접했을 만한 설화를 마치 할머니가 손자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입말투로 재현했다. 연오랑이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간 이야기나 죽은 미추왕이 댓잎으로 군사를 만들어 신라를 도운 이야기 등은 서양의 신화와 신비한 마법 이야기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도 신선한 읽을 거리다.

하지만 ‘이게 정말 역사책에 등장하는 이야기일까’싶은 생각도 품을 만하다.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각종 설화들은 『삼국유사』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비슷한 시기에 쓰인 『삼국사기』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뚜렷하다. 『삼국사기』가 사마천의 『사기』이래 엄격한 역사 서술방법에 따라 쓰인 책이라면 『삼국유사』는 형식과 내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문학서’의 성격이 강하다. 물론 그렇다고 『삼국유사』가 지닌 역사서로서의 장점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삼국사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풍부한 설화는 중국 사서는 물론 다양한 국내 서적과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수많은 이야기를 참고했기에 기록이 가능했다. 황당한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또다른 차원에서 우리 역사와 감성의 원형을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단군 이야기를 실은 것도 『삼국사기』가 아닌 『삼국유사』였다. 이렇듯 두 책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일부러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실이나 불교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뺐다고 말한다. 역사책이 아닌 이야기책에 충실하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칫 우리 역사를 ‘신비한 이야기’정도로 생각하게 만들 우려도 있는 만큼 당시 시대상이나 역사적 배경을 쉽게 설명한 책을 함께 읽히는 것도 좋겠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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