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따라 노래 맛 다르듯 글도 읽는 사람따라 느낌 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같은 노래라도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듯 글도 읽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달라집니다.”

가수 유열은 지난해 오디오북 전문 출판사 유미디어드림(www.5d5book.co.kr)을 차렸다. “책을 맛있게 읽어주는 사업을 하고 싶어서”였다. 올해로 10년째 진행하고 있는 KBS FM ‘유열의 음악 앨범’에서 몇년 전 마련했던 ‘책 읽어주는 남자’가 사업을 시작한 계기였다. 유씨와 성우가 함께 동화의 좋은 부분을 골라 읽어주는 코너였다.

“어머니들의 반응이 엄청났어요. 녹음해뒀다가 아이에게 들려주곤 했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디오북이 출판의 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던 때였다.

“최근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 들어가봤더니 오디오북이 4만종쯤 되더군요. ‘해리포터’유의 소설은 물론 대학원생 교재까지 미국·유럽 출판의 10%를 차지할 정도랍니다. 우리 나라의 오디오북 비율은 0.1%도 안돼 대조적이죠.”

그는 “당시 국내에도 몇몇 오디오북 출판사가 있었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막히는 길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바쁜 현대인에게는 잘 만든 오디오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출판사를 차린 뒤 ‘조승우가 읽어주는 알퐁스 도데 단편선’ ‘뮤지컬 동화’ 시리즈 등을 냈다. 가수 출신답게 오디오북 프로듀싱을 꼼꼼하게 했다.

뮤지컬 동화를 만들 때는 각각의 내용에 맞는 작곡가·뮤지컬 배우·내레이터를 섭외했다. 최수종·최유라·신애라 등 자녀를 둔 부모가 캐스팅 1순위였다. 뮤지컬 동화 5권을 내는 데 6억원이 들었다. 뮤지컬 동화를 무대에 올릴 궁리도 하고 있다. 영어 버전은 일본과 수출 협상도 벌이고 있다고.

“문화 콘텐츠는 결국 품질 싸움이라고 봅니다. 반짝 히트를 기록하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팔리는 오디오북의 스테디셀러를 만들고 싶어요.”

오디오북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KBS에서 ‘동화가 있는 콘서트’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동화 일러스트를 무대 배경화면으로 띄우고 ‘자전거 탄 풍경’‘김형중’ 등 가수가 내레이션을 하고 라이브 공연도 곁들이는 식이었다. ‘동화가 있는 콘서트’는 연말 방송 대상에서 작품상도 받았다.

“실력 있는 오디오북 프로듀서가 여럿 나왔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어렵지만 언젠가는 빛을 볼 문화사업이라고 생각해요.”

이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