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간 가봉 철권 통치 … 봉고 대통령 심장마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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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아프리카 중서부 국가 가봉을 42년 동안 철권 통치를 하던 오마르 봉고(73·사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병원에서 사망했다. 가봉의 장 에예게 은동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30분 봉고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병원 의료진이 알려왔다”고 발표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그는 지난해 2월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평의회 의장이 물러난 뒤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현역 지도자였다.

가봉 정부는 그의 사후 30일 동안을 애도 기간으로 지정했다. 장례식은 이번 주말 또는 다음주 초 가봉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의 사망으로 권력 공백을 우려한 수도 리브르빌 주민들은 석유 사재기에 나섰다. 인터넷과 전화가 불통된 가운데 경찰과 군대가 리브르빌의 주요 거점을 점거했으며, 상점과 술집·나이트 클럽이 폐쇄됐다. 군은 국경 폐쇄를 발표했다. 봉고 대통령의 후계자로 꼽혀온 그의 아들 알리 벤 국방장관은 “고인의 뜻을 받들기 위해 일치단결해 평화를 지키며 평상시처럼 침착함을 유지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봉고 대통령은 가봉과 미국의 관계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아프리카연맹(AU)의 람타네 라맘라 평화·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매우 중요한 아프리카의 아들이 서거했다”고 말했다. AU는 아프리카 대륙 차원에서 애도를 표하기로 했다.

봉고 대통령은 부통령으로 일하던 1967년 레옹 음바 당시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서거하면서 대통령에 올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지난달 암 치료를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이달 5일 “올 3월 사망한 부인 에디트 루시에를 애도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당분간 대통령 업무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루시에는 느구에소 콩고 대통령의 딸로 올해 45세에 세상을 떠났다.

가봉은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뒤에도 프랑스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프랑스 법원이 올 2월 봉고 대통령의 프랑스 내 은행 계좌를 동결하며 사이가 나빠졌다. 그가 프랑스 고급 주택들을 구입하면서 가봉 국고를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는 2004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회견을 성사시키기 위해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에게 900만 달러(약 110억원)를 건넨 혐의도 받았다. 봉고 대통령은 한국과의 인연이 깊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던 75년 한국을 첫 방문한 이후 84년, 99년, 2007년에도 방한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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