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카바레' 브로드웨이 공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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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좋은 혈통의 좋은 배우'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배우의 끼라는 것도 유전할 법하다. 그런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히트를 치고 있는 뮤지컬 '카바레' (라운드어바우트 시어터 컴퍼니 제작) 다.

지난달 19일 브로드웨이 키트 캐트 클럽에서 막이 오른 '카바레' 는 적어도 두 사람 때문에 유명도가 더 높다. 한 사람은 주인공 샐리 보울스 역의 나타샤 리처드슨 (34) .영국 출신인 그녀는 '혈통' 에 관한 한 우생학적으로 '타고났다' .지난 91년 AIDS로 죽은 그녀의 아버지 토니 리처드슨은 70년대 영국 뉴시네마의 기수. 어머니는 '욕망' (66년) 과 '미션 임파서블' (96년) 등에 출연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로 지성파 배우의 대명사다. 이것도 모자라 리처드슨은 남편까지 스타다. 바로 '쉰들러 리스트' 의 리암 니슨. 나타샤 리처드슨은 이렇듯 타고난 끼를 바탕으로 카바레 가수와 댄서 역할을 능란하게 연기, '카바레' 를 일약 흥행뮤지컬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뮤지컬 '카바레' 는 30.40년대 독일 베를린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념을 초월한 남녀의 비련 이야기. 지난 66년 초연된 뒤 72년 라이자 미넬리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그녀에게 오스카상을 안겨준 화제작이다.

나타샤 리처드슨말고 또 하나의 '카바레' 스타는 연출가 샘 멘데스다. 멘데스는 지난 2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내한공연했던 정통 셰익스피어극 '오셀로' 의 연출자. 32살 젊은 나이에 '오셀로' 와 '카바레' 두 작품을 최근 뉴욕 무대에 동시 입성시킨 그는 두 작품의 동반 성공으로 세계 연극.뮤지컬계의 총아로 떠올랐다.영국 출신 두 스타연극인의 맹습으로 브로드웨이가 '휘청' 하는 충격에 싸여있는 것. 이 두 사람 덕을 톡톡히 본 '카바레' 는 관객점유율 99%로 현재 공연중인 브로드웨이 33개 작품 (프리뷰 공연 포함) 중 상위에 올라있다. '시카고' '라이언 킹' '오페라의 유령' '렌트' '레 미제라블' 에 이어 여섯번째다.

정재왈 기자 〈nic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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