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11일 대통령선거전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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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필리핀에 '보통사람의 시대' 를 열겠다는 공약을 내건 조지프 에스트라다 (61) 현 부통령이 11일 있을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제1야당을 이끌며 3개 야당연합의 공동후보로 나선 에스트라다 현 부통령이 32%의 지지를 획득, 다른 9명의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집권여당의 데베네치아 하원의장이 13%로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수개월째 '마 (魔) 의 13%대' 를 넘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추월은 불가능해 보인다.

게다가 현지 관측통들은 지난달 29일 사퇴한 이멜다 여사의 표를 에스트라다 후보가 흡수하고 있고 단일후보를 내려던 군소후보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됨에 따라 부동표가 대부분 에스트라다 후보에게 쏠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에스트라다는 산후안 시장, 상원의원, 부통령을 거치는 동안 대중적 노선으로 서민들 사이에선 인기가 대단히 높지만 정.재계 사회지도층으로부터는 비난을 사고 있다. 대학중퇴·영화배우 경력에다 경제지식과 국정을 이끌 비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도시노동자.농민 등 대다수 서민들은 에스트라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쏟아붓고 있다.

빈곤퇴치·농업중시·무상교육 등의 공약을 내걸며 '가난한 사람을 위해 일하는 보통사람' 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영어도 못하는 무식쟁이' 라는 지도층의 비난을 오히려 자신의 지지기반인 서민층의 반 (反) 엘리트 정서와 결합시키는 효과적인 선거전략도 구사했다.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이를 두고 '대중의 복수' 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막상 에스트라다 진영에서는 돌다리도 두드린다는 자세다. 선거 막판에 데베네치아 후보가 여당의 프리미엄인 자금력과 조직력을 총동원해 막판 뒤집기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데베네치아 후보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부인하며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실제로 집권여당측은 여당출신 시장.주지사.의원들의 막판 선거운동 지원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뒤집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대해 에스트라다측은 거대표밭인 종교계와의 접촉을 활발히 벌이는 등 표지키기에 적극 나섰다.

지지층이 대부분 빈곤계층인 만큼 여당측이 표매수.회유.협박 등 노골적인 선거부정에 나설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엘니뇨로 인한 가뭄으로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남부지방의 경우 표매수가 극성을 부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에스트라다측이 또하나 경계하는 것은 '선거무효 시나리오' .패배가 거의 확실하다고 판단한 집권여당측이 투표함 절취.훼손 등의 극약처방을 한 후 투표결과 공표를 유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지 관측통들도 막판 돌출변수만 없다면 에스트라다 후보가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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