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상을 바꾸는 신약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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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미국에서 개발된 두 가지 신약 (新藥) 으로 온세상이 떠들썩하다. 화이자사 (社)가 지난달 발매한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는 한알에 10달러나 하는 고가 (高價)에도 날개돋친듯 팔려 올해안으로 1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약을 복용하면 성적 자극을 저하시키는 효소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매회 복용에 약 20분간 발기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데, 통증.거부감 등 부작용이 없다. 또 하버드대 의대 주다 포크먼 박사가 개발한 암치료제 '안지오스타틴' 과 '엔도스타틴' 은 발상 전환의 결과다.

즉 종래의 암치료법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던 것이었으나, 포크먼 박사는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공격, 암세포가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앞으로 임상실험을 거쳐 1년 내외에 일반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경이적 신약의 출현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발기부전으로 생의 의욕을 상실한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가정에 행복을 되찾아줄 수 있다.

로마 교황청이 그 사용을 승인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또 인류 최대의 사망원인인 암을 완치할 수 있다는 것은 인류를 암의 공포에서 해방시키는 복음 (福音) 이다.

그러나 복음도 잘못 다루면 재앙 (災殃) 이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어떤 질병의 획기적 치료약이 나오면 그 역작용이 뒤따랐다.

항생제 개발 후 무절제한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내성 (耐性) 증가, 경구 (經口) 피임약 개발로 여성들은 임신의 공포로부터 벗어남으로써 발생한 성의 문란이 그것이다. 고개숙인 남자들이 비아그라를 복용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 발생할 성의 문란, '꿈의 암 치료제' 로도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암세포의 출현이 우려된다.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의 과학기술력이다. 이번 신약 개발은 창조적 발상 및 기초과학 기술력과 자금력의 합작품이다.

이렇게 최첨단 제품을 개발,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것, 이것이 바로 '뉴 이코노미' 다.

IMF 국난 속에서 저가 (低價) 의 밀어내기식 수출에 급급한 우리로선 정말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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