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조조정 추진력 안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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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외국인 주식투자가 다시 후퇴해 주가가 4백선 이하로 붕괴하는가 하면 시티은행이 서울 및 제일은행의 매입의사를 포기한다는 우울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외국의 언론이 일제히 지난 1일의 근로자와 학생의 시위를 정리해고제도에 대한 합의가 도전받는 것으로 보도하면서 장래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

이 와중에 발표된 국제결제은행 (BIS) 기준미달 12개 은행의 경영 자구방안은 너무 막연해서 실현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면 현재 우리 사회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거나 이미 위기가 해소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단적으로 얘기해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이 당장 빠른 속도로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장래는 없다. 제2, 제3의 외환위기는 얼마든지 올 수 있다.

이제까지 무성한 개혁방안이 제시됐지만 정부의 개혁의지를 뒷받침할 가시적인 성과는 거의 없다.

바로 이것이 외국인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고 외국인이 우리 기업의 인수를 꺼리는 이유다.

과연 우리가 구조조정을 진정으로 할 의사가 있는지, 국제규범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지 확신이 안서기 때문이다. 왜 구조조정에 관해 말만 많고 실천에 옮겨지지 못하는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구조조정을 책임지고 수행할 추진체의 중심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정책결정에 있어 회의식 혹은 민주적 의사결정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일단 원칙이 서면 예외없이 확고하게 집행하는 의지와 결단력이 필요하다.

물론 구조조정을 추진하다 보면 실업증가라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렇다고 해서 개혁의 기본원칙이 흔들리면 실업문제는 영원히 해결하지 못한다.

결국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란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하며 그중에는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국민의 부담을 요구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은행을 합리화한다는 것은 기업의 채무감축과 사업정리를 포함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어느 것을 먼저 하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구조조정에 관해서는 정치적 고려보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고려가 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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