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운동성 저하-인공수정, 나팔관 이상-시험관 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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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은 영원히 아기를 갖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임신이 안 되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며, 상당수 치료가 가능하다. 사진은 강남차병원 불임센터 상담실.

정자 운동성 저하-인공수정, 나팔관 이상-시험관 아기
불임 원인별 ‘짝꿍 시술’ 따로 있다

“아이 얘기가 나올까봐 친구나 가족 모임에 나가기 싫어요.”“불임시술에 실패하면 어쩌나 불안해요.”결혼 2년차인 직장인 강모(여·37)씨의 요즘 고민이다. 강씨는 늦은 결혼이어서 결혼 직후 임신할 계획이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대로 불임이 지속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35세 이상이면 검진 필요
불임이란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했음에도 1년 이내에 임신을 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임신은 잘 되는데 반복적으로 유산이 되는 상태도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부부는 결혼 후 1년 이내에 70~80%, 2년 이내에 80~90%가 임신한다. CHA 의과학대학교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이우식 교수는 “불임이라면 마치 영원히 아기를 갖지 못하는 것으로 여기는데, 이는 단지 임신이 안 되는 상태를 뜻한다”며 “불임은 상당수 치료가 가능하므로 지레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불임의 원인은 다양하다. 늦은 결혼도 그 하나다. 초혼 시기가 늦어질수록 난자를 생산하는 난소의 기능이 떨어져 불임 위험이 높아지는 것. 나이가 들수록 기형아 출산·임신중독·자궁근종·자궁내막증 등 위험요인이 많아져 임신 장애요인이된다. 여성의 나이가 35세 이상이라면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골반·난관의 염증도 자연 임신을 방해한다. 지나친 다이어트로 살을 빼는 것도 위험하다. 남성은 정자 이상, 정자수 부족, 정자 이송 과정및 부속 기능의 장애, 발기 및 사정 장애 등이 불임의 원인이다. 정자수와 상관 없이 기형정자가 많아도 수정능력이 떨어져 불임이 된다. 기형정자는 정자의 숫자와 운동성만으로는 알 수 없다. 정밀검사로 기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스트레스도 문제다. 바쁜 직장생활로 부부관계가 줄면 가임기를 놓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식능력도 떨어진다. 과음이나 흡연 역시 정자의 운동성을 떨어뜨린다. 이 교수는 “불임은 배우자 한 사람이 아닌 부부공동의 문제이므로 부부가 함께 검사를 받고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별 적응증 따라 시술법 달라
불임 시술로 대표적인 것은 인공수정 시술과 시험관 아기 시술이다. 전자는 남편의 정자를 외부에서 인공적으로 자궁에 넣어 임신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나팔관이 정상이지만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질때, 여성의 자궁경부 점액에 문제가 있을 때 선택한다. 대표적인 체외수정 시술법인 시험관 아기 시술은 임신 성공률이 높다. 나팔관에 이상이 있거나 여성의 나이가 많을 때 적합하다. 여성에게 정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면역항체가 있어도 해당된다. 1986년 국내 민간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킨 차병원 불임센터(여성의학연구소 IVF센터)의 정자직접주입술, 미성숙난자의 체외배양법, 유리화난자동결보존도 주목 받고 있다.

대중화된 정자직접주입술은 정관의 여러 곳이 막혀 있거나 수술적 교정이 불가능한 경우, 폐쇄성 무정자증(통로가 막혀 정자가 배출되지 못하는 것)인경우 일부 떼어낸 고환조직으로부터 정자를 채취해 직접 주입하는 시술법이다. 정자 수나 운동성에 문제가 있어도 선택할 수 있다. 최근 관심이 높아진 미성숙 난자의 체외배양법은 과배란 증후군이나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적용된다. 성숙되지 않은 난자를 미리 채취해 수정이 가능한 난자로 배양한 후 체외수정을 유도하는 시술법이다. 배양시 부작용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유리화난자동결보존은 난자를 급속동결하는 것으로, 난자의 생존율이 최소 90%이상에 달한다. 그만큼 임신 성공률이 높다. 이 교수는 “최근 불임치료는 첫 번째 시술에서 임신 성공률이 50%를 넘는 등 상당히 희망적”이라며 “불임 시술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개인별 적응증에 따라 선택할 것”을 당부했다.


강남차병원 불임센터 (여성의학연구소IVF센터)내부와 외관 모습.

도움말= CHA 의과학대학교 강남차병원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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