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씨 공판]"낙선공작 안해"…회견지시는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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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재미교포 윤홍준 (尹泓俊) 씨 기자회견 사건과 관련, 안기부법과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권영해 (權寧海) 전 안기부장 등 관련 피고인 7명에 대한 첫 공판이 4일 오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 형사합의1부 (재판장 權鎭雄부장판사) 심리로 열려 검찰측 직접신문 등이 진행됐다. 검찰은 공소요지 진술을 통해 "權씨 등이 '김대중 후보가 고려연방제안 지지대가로 북한측 선거자금을 받았다' 는 등 허위내용의 기자회견을 공모, 지시하고 조직적으로 金후보에 대한 낙선공작을 폈다" 고 밝혔다.

權전부장은 검찰신문 답변을 통해 "尹씨가 확신을 갖고 있었는데다 그동안의 첩보가 상당부분 확인된 것이어서 기자회견을 갖도록 한 것일 뿐 기자회견문 작성에도 개입하지 않았고 특정후보를 낙선시킬 의도도 없었다" 고 주장했다. 한편 전 해외조사실장 이대성 (李大成) 피고인은 "1월 중순에서 2월중순에 걸쳐 직속부하인 김은상 (金恩相) 처장 등에게 그동안 축적된 첩보파일 3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적이 있다" 며 지난 2월부터 일부가 언론에 공개돼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이른바 '이대성 파일' 의 작성경위를 밝혔다.

또 전 해외조사실 6급직원 이재일 (李在一) 피고인은 "대선직후인 지난해 12월22일 귀국한 尹씨를 만나 '세차례에 걸친 기자회견은 전적으로 본인의사에 따라 결정한 것이며 안기부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토록 해 기자회견은 尹씨의 독자적 행동이라고 상부에 보고했었다" 고 진술했다. 한편 전 해외조사실 단장 송봉선 (宋鳳善) 피고인은 "尹씨의 서울 기자회견은 평소 안기부와 접촉이 잦았던 金모 (여.사업) 씨의 도움을 받아 이뤄진 것" 이라며 "金씨가 '이철승 (李哲承) 씨와 건국회 등의 협조로 尹씨 기자회견을 준비중' 이라는 연락을 해와 이를 상부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다" 고 진술했다.

2차공판은 18일 오후2시. 김현기.김준술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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