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중앙대 단과대·학과 완전히 새로 그릴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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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중앙대 이사장(두산중공업 회장)이 "중앙대의 19개 단과대학, 77개 학과를 싹 잊어버리고 백지 위에 완전히 새로 그릴 생각이다. 내년 서울 캠퍼스 신입생부터 여기에 맞춰 뽑겠다"고 말했다고 조선일보가 9일 보도했다.

박 이사장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미래에 필요한 학문 수요에 맞춰 전면적인 '학과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라며 "국내 대학 역사상 가장 큰 실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50년 전 대학(서울대 경제학과 59학번) 들어갈 때는 잠사학과·광산학과가 최고 인기였다. 앞으로 50년은 산업구조가 더 빨리 변한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데 대학은 옛날 가르치던 학과 그대로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대학들의 학과 구조조정은 (음식점으로 치면) '신장개업' 식이었다. 명칭만 근사하게 바꾸고 옛날 것 그대로 가르쳐왔다"며 "우리는 완전 '폐업'하고 새로 '개업'하는 방식으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이사장은 "자동차 시대에서 대학은 여전히 '마차'를 가르친다. 대학이 등록금을 400만~500만원씩이나 받고도 학생이 사회에 나가 밥도 제대로 못 벌어먹는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우리 학교 교양과목 리스트를 보고 '여기가 구청 문화센터냐?'라고 했다. 골프며, 축구며, 온갖 취미생활을 다 가르친다. 학부모들이 어렵게 빚내서 등록금 냈는데 대학이 그런 걸 가르쳐 내보내? 내 양심상 그렇게는 못한다. 교양과목도 뒤집겠다"고도 했다.

학과 구조조정이 과연 교수들 간에 합의될 것인지에 대해 박 이사장은 "전쟁 한번 치러야 할 거다. 교수들이 '내 과는 절대 안 된다. 다른 과 없애라'는 식으로 나오면 아예 외부 컨설팅 회사에 맡길 생각이다. 이미 국내 대학들은 입학생이 모자라 중국 학생 데려다 정원 채우고 있다. 언제까지 그런 비정상적인 걸 할 텐가. 원가 1000원도 안 되는 졸업장만 찍어줄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정말 도움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의 대학운영을 두고 '기업식 경영'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누가 연구하지 말랬나. 기업이든 대학이든 투입한 자원에 비해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것이 경영이다. 다를 게 없다. 학생이 400만원 냈으면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400만원어치 이상 전수하는 게 대학의 목표다. 누가 대학이 직업 훈련소냐며 따지기에 당신 자식이라면 그렇게 가르치겠느냐고 했더니 아무 말 못하더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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