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카드대란이 한 사람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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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부원장 한 사람만 징계를 받게 됐다.'카드 대란' 당시 정책 책임자들은 잘못이 없다는 얘기인가."(기자)

"(감사원이) 정책의 실패를 가늠할 수는 없다. 그리고 감독 책임을 물어 기관주의를 통보하지 않았나."(하복동 재정금융감사국장)

16일 감사원이 '신용카드 특감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자와 감사 책임자들이 징계의 형평성을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감사원이 지난해 말 카드 대란의 책임을 물어 관계기관 책임자 6명을 징계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다.

징계 대상자들을 들여다보니 6명 가운데 카드사 감독 업무를 담당한 사람은 김중회 금감원 부장원뿐이고 나머지는 카드 대란과 관계없는 다른 금융사고 관계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이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지만 어디까지나 조직에 대한 책임추궁이란 점에서 다르다. 온 나라를 뒤흔든 카드 대란의 책임이 고작 감독기관 부원장 한 사람에게 있다는 말인가. 당연히 당시 감독 부처 수장들의 책임론이 거론됐다.

신용카드 부실의 출발점은 1999년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업무 제한을 폐지한 것이었다. 당시 주요 카드정책 입안자는 이규성.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과 이헌재 전 금감위원장(현 재경부 장관)이었다. 전윤철 감사원장은 카드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2002년 4월 이후 재경부 장관을 지냈다.

계속되는 질문 공세에 감사원 측은 "정책실패는 탓하기 어렵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이들은 정책 입안의 책임자였지 감독 업무를 맡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발표가 끝나고 돌아가는 기자들은 한결같이 석연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큰 물의를 일으킨 정책수립에 관여한 인물들에게 이런 이유로 계속 면죄부를 준다면 정책을 현장에서 제대로 실천할 실무자들이 있을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전직 장관들은 카드 부실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다는 뜻인지 묻고 싶다.

임봉수 정책기획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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