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노사정위 구성에 민주노총 참여 설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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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는 불법.폭력적인 노동운동이 재발할 경우 한국의 대외 (對外) 신인도가 다시 추락, 제2의 경제위기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노사 및 사회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중이다. 정부는 특히 제2기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를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출범시켜 사용자측의 부당노동행위 방지, 고용안정 및 실업대책, 재벌개혁,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의 현안을 다뤄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오는 10일께 제2기 노사정위원장을 임명하고, 노사정위 구성에 부정적인 민주노총의 참여를 적극 설득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그러나 노동계가 불법 학생조직인 한총련과 연대해 폭력적인 노학 (勞學) 연대투쟁을 벌일 경우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하는 등 단호하게 대처하고, 앞으로 노동자와 대학생들의 집회신고때 '불법.폭력을 저지르지 않겠다' 는 사전 약속도 받아낼 것이라고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대변인이 4일 밝혔다.

朴대변인은 "정부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노동운동은 얼마든지 보장할 것이나 법에 입각하지 않은 시위.활동은 용납하지 않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대외 신인도 제고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선 노사정위 출범이 빠를수록 좋다" 며 "정부는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참여를 간곡히 당부할 것이나 그쪽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 것" 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사정위는 이달 중순까지 구성돼야 한다는 입장" 이라는 말로 민주노총이 끝내 참여를 거부할 경우 민주노총을 배제한 상태에서 노사정위를 출범시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또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1기 노사정위를 이끌었던 한광옥 (韓光玉) 국민회의 부총재를 2기 노사정위원장 적임자로 생각하는 것 같다" 고 덧붙였으나 韓부총재는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 참여 조건으로 근로자 파견제.정리해고제 철회, 재벌 개혁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朴대변인은 "근로자 파견제.정리해고제는 이미 입법화됐으므로 재론의 여지가 없다" 고 못박았다.한편 노동부는 4일 근로자가 추천하는 사외이사제 도입과 근로시간위원회 구성, '고용안정.기업회생 실천 강령' 채택 등이 제2기 노사정위원회의 주요 의제가 된다고 발표했다.

이기호 (李起浩) 노동부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2기 노사정위에서는 1기 위원회의 90개 합의사항 및 정부가 추진키로 한 71개 과제의 이행 점검과 함께 노사가 요구하는 현안을 우선 과제로 설정해 논의할 방침" 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불법.부당노동행위 근절을 위한 노사정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공동대처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경우 노조와 협의하고 물가감시.공공요금 결정 등 정부정책결정 과정에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방안도 모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원을 금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조항을 폐지하고 개별 기업의 단체협약에 따르도록 하는 노동계 요구도 주요 의제에 포함됐다.

이상일.이훈범 기자

〈le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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