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해운회사,항공기·선박 잇단 헐값 매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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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내 항공사 및 해운회사가 경영난 타개를 위해 항공기와 선박을 잇따라 내놓고 있으나 가격하락으로 고민중이다.

달러값 상승에 따른 환차손과 매출부진을 감당하기 위해 이들을 팔아서라도 위기를 넘겨 보자는 생각이나 제값을 못 받음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효과를 얻지 못함은 물론 경쟁력만 약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고 있는 것이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5대의 항공기를 팔았으며 5월중 2대, 연말까지 2대 등 올해중에도 모두 4대를 추가로 매각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보유대수는 지난해 51대에서 올해말까지 42대로 20%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대한항공도 지난해말 6대의 항공기를 판 데 이어 지난 2월에도 10여대를 매각했다.

이에 따라 지난 96년 1억5천만달러이던 중고항공기 수출액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백70%나 증가한 5억9천만달러에 달했다.

올해 1분기중 항공기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백98% 늘어난 2억8천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선박의 경우 국내 외항선사는 지난해 11월 이후 올 4월말까지 6개월 동안 모두 40여척을 팔아치웠다.

또 최근 업계가 매물로 내놓거나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는 선박도 80여척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H사는 지난해 21척의 보유선박을 매각한 데 이어 올해도 7척을 매물로 내놓았으며 J사는 최근 컨테이너선 등 모두 14척에 대한 매각협상을 진행중이다.

매각을 추진중인 80여척 대부분이 우리나라 국적의 국적선. 4월말 현재 우리 국적선이 모두 3백93척임을 감안할 때 이 가운데 20% 가량이 해외매각을 기다리는 실정이다.

특히 갑작스레 매물이 늘어나면서 단가가 폭락해 매각의 수지타산이 안 맞는 데다 구매의사가 있는 외국회사들은 값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매각 자체도 수월치 않다.

건조한 지 12년된 2천7백TEU급 컨테이너선의 경우 지난해말 2천3백만달러에서 최근 1천7백만달러 이하로 27% 가량 하락했다.

선박매매전문업체인 MSP의 관계자는 "선박종류.선령 (船齡)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이후 평균 선가가 20~40% 떨어졌다" 고 말했다.

연세대 김학은 교수는 이와 관련해 "국내 항공.해운업계는 그동안 지나치게 항공기.선박의 '소유' 에만 집착해 이것이 재무구조 악화를 초래, 앞으로는 선진국처럼 리스.임차 등 각종 금융기법을 통해 원가부담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며 "그러나 경기가 좋아져 항공기.선박 확보경쟁이 다시 벌어지면 거액을 빌려 새로 만들거나 임차하는 게 쉽지 않으므로 매각이 중.장기적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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