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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정보 저장하는 블랙박스, 사고 때 ‘최후의 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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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월 경남 김해시에 추락한 중국국제항공공사 여객기의 블랙박스를 김해공항 부산지방항공청 회의실에서 한국·중국·미국 합동조사단이 살펴보고 있다. 테이블 왼쪽에 놓인 것이 사고 비행기의 비행정보기록장치(FDR)이고, 오른쪽이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다. [중앙포토]

Q  대서양에 추락한 것으로 보이는 에어프랑스 AF447편의 사고 조사가 한창이다. 블랙박스 회수가 사고 원인 규명의 관건이라는데, 블랙박스는 무엇이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궁금하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배서현>

A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떠나 파리로 가던 에어프랑스 AF447편이 대서양 상공에서 사라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본지 6월 4일자 14면). 인근 해역에서 탑승객으로 추정되는 시신 여러 구와 기체 잔해 일부가 발견되면서 추락 사실 자체는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고 원인과 경위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조사팀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블랙박스 회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블랙박스는 항공기에 장착되는 비행기록장치를 말한다. 공식 명칭이 아니라 일종의 ‘별명’이다. 보통 비행기의 고도·속도·시간 등 운항 정보를 담는 비행정보기록장치(FDR)와 조종사와 관제탑 사이의 교신 내용을 녹음하는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를 통칭한다.

블랙박스가 중요한 이유는 비행기가 이륙해 운항을 마치고 착륙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기록하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상황을 전해줄 탑승객과 승무원이 모두 사망한 최악의 사고라도 블랙박스를 회수해 분석하면 대강의 사고 경위를 추정할 수 있다. 항공기 사고의 ‘최후의 증인’인 셈이다.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만큼 블랙박스는 튼튼하고 찾기 쉬워야 한다. 그 때문에 외부는 티타늄 등 내구성이 높은 특수강 재질로 돼 있다. 유럽민간항공장비기구(EUROCAE)의 기준(ED-112)에 따르면 최소 중력 3600배의 압력과 섭씨 1000도 이상의 고온에도 견뎌야 한다. 색깔도 이름과 달리 눈에 잘 띄는 밝은 오렌지색이다. 블랙박스라고 불리게 된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기 외부에 부착됐던 검은색 전자장치가 ‘비행기에 장착되는 신형 장비 일반’을 가리키는 말로 발전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외부와 달리 내부가 검은색이어서 그렇다는 추측도 있다.

AF447편의 블랙박스를 찾는 것은 가능할까?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블랙박스에는 수중위치발신기가 달려 있다. 물에 빠지면 1초에 한 번씩 외부로 신호를 보내 위치를 알린다. 이를 쫓아가면 찾을 수 있다. 문제는 비행기 추락 추정 해역의 수심이 2000~6000m에 이른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심해 잠수정을 투입한다 해도 수색이 쉽지 않다. 시간제한도 있다. 수중위치발신기의 작동 시간은 최장 30일뿐이다. 이 시간 안에 수색을 마쳐야 한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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