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이후엔 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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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일본 자민당 내 각 파벌들은 15일부터 이틀간 총회를 열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 중심의 거당체제 확립을 재확인했다.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은 거의 침묵을 지켰다. 그 이유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차기 주자들이 현재로선 국민적 인기가 떨어지고 당내 기반도 약하다"면서 "당분간은 고이즈미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한쪽에선 "9월로 예정된 개각과 당직 개편을 염두에 두고 조심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는 분석도 있다.

언제 닥칠지 모를 '고이즈미 낙마'에 대비해 물밑에서 포석을 깔고 있다는 것이다.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되면 2006년 9월까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 또는 중의원 해산 등의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몸사리는'포스트 고이즈미'=참의원 선거 직후 오자토(小里)파는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재무상을 자파의 차기 주자로 확정지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다니가키에게는 "9월 개각 때 재무상을 그만두고 차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암시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본인은 신중한 자세다. 그는 "너무 앞서간다. 나는 대포알처럼 내닫는 스타일이 아니다. 총리의 구조개혁은 나도 동감한다"고 말했다.

대신 "여러분이 내게 경험을 쌓게 해준 뜻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여 포부의 일단을 드러냈다.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전 경제산업상도 차기 주자 중 한명이다.

그는 소속 파벌인 가메이(龜井)파의 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이 질문 공세를 퍼붓자 "상황이 오면"이란 단서를 달고 "동지들과 의논해 진로를 결정하겠다"며 원론적인 대답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를 두고 고이즈미 이후에 대한 속내를 보인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히라누마는 대장성 정무차관에 이어 운수.통산.경제산업상을 역임했고 소장파 의원들의 신망이 두텁다.

지난해 총재선거에 출마했던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전 외상도 재도전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다.

자신이 이끄는 파벌 총회에서 "다음 총선거에서 자민당이 정권을 내놓는 일이 없도록 개혁에 혼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그는 군소파벌을 이끌고 있으면서도 지난해 총재선거 때 상당한 득표력을 보여줬다.

이 밖에 아소 다로(麻生太郞)총무상도 차기 주자를 거론할 때 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9월 당직 개편 때 아베 신조(安部晋三)간사장의 거취도 관심을 끌고 있다.

아베 간사장은 연간 300억원에 이르는 정치자금과 조직을 관리하는 실세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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