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 가격 누굴 믿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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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배추 소비자가는 2005년 평균 대비 73.1% 올랐다.’(통계청)

‘5월 배추값은 상품 1포기에 5015원으로 2005년(1534원)보다 226.9% 상승했다.’(농수산물유통공사ㆍaT)

통계청과 농수산물유통공사의 농ㆍ축ㆍ수산물 소비자가 조사 결과가 일부 품목에서 크게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산하 공기업이 각기 조사를 해서는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본지가 쌀ㆍ계란 등 주요 품목에 대해 통계청의 물가지수 발표 자료와 aT 홈페이지(www.at.or.kr)의 소매가격 정보를 비교한 결과다. 2005년 평균가 대비 2009년 5월의 가격 변동을 조사했다. 통계청은 상승률만 발표하며, aT는 가격까지 발표한다.

본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배추는 두 기관의 소비자가 상승률 조사치가 153.8%포인트나 차이났다. 물오징어의 경우 통계청은 올 5월 가격이 2005년에 비해 9.9% 하락했다고 발표했으나 aT는 14.5% 올랐다고 해 24.4% 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무ㆍ닭고기ㆍ고등어 등도 두 기관의 조사치가 10% 포인트 이상 달랐다. 대파(차이 1%포인트)ㆍ쌀(4.1% 포인트)ㆍ달걀(5.4%포인트) 등은 별 차이가 없었다.

통계청과 aT는 “조사 방법이 달라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통계청은 전국 서울ㆍ부산등 7대 도시를 비롯해 경기 수원, 강원 춘천 등 모두 38개 도시의 150개 대형마트ㆍ재래시장 등지에서 초순ㆍ중순ㆍ상순에 각 한 번씩 조사를 한다. aT는 서울ㆍ부산ㆍ대구ㆍ인천ㆍ광주ㆍ대전ㆍ전주ㆍ청주 8개 도시의 25개 시장과 대평마트 등에서 매일(주말과 휴일 제외) 가격을 파악한다. aT측은 “채소류는 이상저온 같은 날씨 여건에 따라 1주일 사이에도 값이 급변동 한다”며 “그래서 10일마다 조사하는 통계청 수치와 매일 조사하는 aT의 결과가 상당히 다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배추처럼 153.8%포인트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두 기관의 조사치가 다른 것은 정부 정책 시행에도 혼선을 부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는 지난달 aT의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오징어 어획량과 재고가 줄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고 보고 비축 물량을 풀기로 했다. 그러나 통계청 조사대로 오징어값이 2005년보다도 떨어졌다면, 그렇잖아도 소득이 줄어든 오징어잡이 어민들에게 정부가 물량을 풀어 타격을 입히는 것이 된다. 숭실대 오철호(행정학) 교수는 “행정 관련 통계는 조사 기관간에 결과를 공유하고 정보를 종합해 발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책 수립에 혼란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주요 농·축·수산물의 전국 평균 소비자가 변화(단위 : %, 올해 5월 평균 가격의 2005년 대비 변화율)

자료 : 통계청·농수산물유통공사


통계청


농수산물유통공사



3.6


-0.5


배추


73.1


226.9



-1.3


15.4


양파


43.3


34.1


대파


-6


-7


감자


91.2


98.1


닭고기


35.5


47.2


우유


40.7


32.2


달걀


17


22.4


고등어


75


85.8


물오징어


-9.9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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