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명가(名家)를 가다] 아산고 하키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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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고 하키팀 선수들이 훈련 도중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들은 30년간 이어온 전국 최강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조영회 기자]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전남 여수 일원에서 열린 제38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충남이 3위에 오르면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충남은 전국체전에서도 10년이 넘도록 상위권을 유지할 만큼 스포츠에 강하다. 이 같은 충남의 선전 배경에는 천안·아산의 역할이 컸다. 천안·아산은 소년체전을 비롯해 전국체전 등의 대회에서 수영·육상·체조 등 전통적 강세종목을 비롯해 핸드볼·하키 등에서도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충남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 스포츠 스타의 산실인 천안·아산지역 초·중·고 운동부를 찾아 그들의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들어봤다.

4일 오후 3시 아산고 하키팀 연습장.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10여 명의 선수들이 고깔 사이를 오가며 지그재그로 달리고 있다. 스피드를 높이고 순발력을 키우기 위한 몸풀기 훈련이다.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며 지열이 오르자 이성진(35) 코치가 긴 호수를 이용해 인조잔디 위해 물을 뿌렸다. 훈련 때마다 물을 뿌리는 건 이 코치의 몫이다. 가뜩이나 햇볕이 따가운데 후끈한 지열까지 올라오면 선수들이 몇 배나 지치기 때문이다.

20여 분간 진행된 몸풀기가 끝나고 20여m를 사이에 두고 두 선수가 볼을 주고 받았다. 직선으로 대각선으로 스틱으로 볼을 보냈다. 스틱으로 친 볼의 순간 속도는 시속 100㎞를 넘는다고 한다. 본래 훈련은 순천향대 하키장에서 진행되지만 이 날은 운동장 사정 때문에 경기장 1/4 크기의 간이훈련장에서 이뤄졌다.

선수 가운데는 요즘 인기인 ‘꽃미남’도 보였다. 얼굴이 뽀얗고 머리도 ‘구준표’ ‘윤상현’ 스타일인 선수도 있다. 훈련 전에 자외선차단제도 빼놓지 않고 바른다고 한다. 이 코치는 “예전엔 생각도 못했다. 요즘 선수들은 개성도 강하고 멋도 부릴 줄 안다”고 했다.

주장 장지훈(3년)군은 “선수 모두가 아산중을 거쳐 아산고에 진학하기 때문에 팀워크는 다른 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며 “올해는 아직 우승이 없지만 7월이나 8월, 10월 열리는 대회에서는 꼭 우승트로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전통 ‘전국최강’= 아산고 하키팀은 1978년 창단, 올해로 32년째를 맞았다. 한국 하키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게 하키인들의 한결 같은 평가다. 아산이 ‘하키의 메카’가 된 것도 아산고 하키팀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아산에는 6개의 하키팀이 있다. 아산고를 비롯해 아산중, 온양한올고, 한올여중, 순천향대, 아산시청 등이다. 중학교 팀부터 고등, 대학, 실업팀까지 모두 있다. 전국에서 중학교부터 실업팀까지 운영 중인 곳은 아산이 유일하다. 그 만큼 전국 하키 무대에서 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얘기다.

현재도 하키 남자국가대표팀에서 아산고 출신 선수 2명이 뛰고 있고 주니어대표에도 아산고 선수 2명이 속해 있다. 매년 2~3명씩 국가대표를 배출할 정도로 전국은 물론 세계무대에서도 아산고 하키의 명성은 자자하다. 2006년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했을 때도 아산고 출신 선수들이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다.

전국무대도 여러 차례 휩쓸었다. 올 4월 평택에서 치러진 춘계남녀하키대회 남고부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는 아직까지 우승트로피와 인연이 없었지만 하반기 전국규모 3~4개 대회에서는 1~2번 정도는 우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도 종별선수권과 문화관광부장관기, 전국협회장기에서 세 번이나 준우승에 올랐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4강에 오르며 ‘영원한 우승 후보’로 평가 받고 있다. 2007년에는 춘계대회 우승, 전국체육대회 3위의 성적을 올렸다. 2006년도 전국대회 우승 2회, 준우승 3회를 했다. 아산고 출신으로 국제심판인 김홍래 아산고 체육교사는 “국내 25∼26개 고교하키팀 가운데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아산고가 배출한 스타플레이어나 경기지도자도 적지 않다. 아산고 4회 졸업생인 정성호 대전충남여중 감독(대한하키협회전무이사협의회장)을 비롯해 한진수 평택시청 감독, 임홍신 한국하키주니어후보선수감독도 아산고 출신이다. 아산고 재단 이사장인 이재선 학원장도 대한하키협회 감사를 맡고 있다. 중·고교 하키팀 코치도 11명에 달한다. 대학진학률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매년 졸업생 5~6명이 모두 대학에 진학한다. 아산고에서는 “대학진학은 당연하고 장학금을 얼마나 받고 진학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정도다.

11년째 아산고 하키팀을 맡고 있는 최정국(54) 감독은 “하키메카인 아산의 명성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아산고의 역할이 크다”며 “선수들도 국가대표를 거쳐 체육교사의 꿈을 꾸고 있을 만큼 목표의식도 뚜렷하다”고 말했다.

한 선수가 스틱으로 슈팅을 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전용경기장·훈련장 시급= 아산에는 하키경기장이 단 1곳뿐이다. 순천향대에 1면(국제규격)이 있다. 이 경기장을 6개 팀이 돌아가면서 사용한다. 중·고등학교 하키팀은 수업을 마치고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후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대부분 버스를 타고 순천향대까지 가서 훈련을 한다. 하지만 팀은 많고 시간은 촉박하다 보니 훈련시간이 늘 부족하다. 무더운 여름에는 야간훈련이 필요하지만 훈련장이 없어 엄두도 내지 못한다. 경기장이나 훈련장 추가 건립은 하키인들의 한결 같은 바람이다.

경기장이 새로 지어지면 선수들의 훈련은 물론 대회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통상 전국규모 하키대회를 치르면 60여 개 팀, 1000여 명의 선수단과 1000여 명의 학부모 등 2000여 명이 경기장을 찾는다. 경기가 치러지는 보름 간 지역에서 뿌려지는 돈이 1억5000만~2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아산은 KTX천안아산역, 경부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가 인접해 수도권은 물론 영·호남지역에서의 접근성이 좋아 경남 김해, 경북 성주 등에 비해 선호도가 높다. 이 때문에 경기장만 건설되면 다른 지역보다 경기유치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충남도 유두상 체육시설담당은 “도비로 이미 10억원을 교부한 만큼 아산시에서 조만간 경기장 건설을 결정할 것으로 안다”며 “부지확보가 어려워 그 동안 경기장 건설이 지연됐지만 올해 안으로 착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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