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학자위원회 설립]아프간 내전종식 전기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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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프가니스탄 내전세력들이 지난달 29일 이슬람학자위원회 (울레마) 설립에 합의함으로써 20여년에 걸친 내전 종식에 전기를 마련했다.

아프간 국토의 85%를 장악하고 있는 탈레반 (페르시아어로 학생들) 과 북부를 근거지로 한 반 (反) 탈레반 동맹세력은 미국과 이슬람회의기구 (OIC) 의 중재로 지난달 26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역사적인 평화회담을 시작했다.

이번 회담은 탈레반측이 96년 9월 수도 카불을 점령한 이후 양측 세력간 첫 최고고위급 협상으로 회담의 핵심과제는 양측이 아프간의 영구평화 정착을 주도할 사실상의 정부인 이슬람평의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것이었다.

탈레반측은 지난해 12월 평화정착을 위한 평의회 구성을 제의했지만 반탈레반측은 평의회 구성에 앞서 아프간 전지역의 자유로운 통행보장을 주장하는 등 양측은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이슬람학자위원회를 설립, 이를 통해 국가를 통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앞으로 이슬람학자위원회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게 되며 휴전과 포로 교환 등의 문제도 본격 논의하게 된다.

이슬람 무장세력인 탈레반은 94년말 아프간 남부를 거점으로 파키스탄의 지원 아래 세력을 급속히 확장해 96년 9월 수도 카불에 입성, 부르하누딘 랍바니 정권을 붕괴시켰다.

이에 랍바니 전대통령 세력과 시아파 이슬람 세력 등 반탈레반 연합세력은 북부지역에 아프간 신정부를 구성하고 무장투쟁을 전개해 왔다.

현재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탈레반을 아프간의 공식정부로 승인하지 않고 있다.

탈레반을 평화회담 탁자로 끌어들인 일등공신은 미국이다. 미국은 헤로인 원료인 아편의 공급지와 테러리스트 최대 수출국이 된 아프간의 내정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회담중재에 적극 나섰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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