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정계개편 국난극복 위해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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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는 국가의 운명을 바람 앞의 촛불로 만들어 놓았다. 우리는 정권교체의 축배를 들어보기는커녕 6.25 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에 처해 있다.

IMF 경제 난국은 이미 1백50만명의 근로자들을 일터로부터 밀어냈고, 6백만명의 그 가족들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 는 이런 상황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 정부엔 시행착오나 실험이 용납되지 않을 것이며, 항상 긴장하고 과거의 오류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위기관리 능력과 모든 국가 구성원의 힘을 한곳으로 모을 수 있는 국가 지도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지금의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이러한 주체적 노력과 함께 객관적 상황도 마련돼야 한다.

첫째,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전폭적인 신뢰가 필요하다. 둘째, 과거 정권의 정권유지 술수였던 지역감정이 해소돼야 한다. 셋째, 여당으로서 국난을 극복할 수 있는 체제와 역량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체적 노력과 객관적 상황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국회가 정부의 발목을 잡으려고만 한다면 우리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며,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처럼 국난 앞에 속수무책이 될 것이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1백52석을 가진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무책임한 정당이라는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회가 국난극복에 최대 장애가 되고 있다는 원성을 들으면서도, 사사건건 정부 정책에 당리당략으로 대처하려 하고 있다. 더욱이 소속 의원 전체의 뜻이라기보다는 당권 등에 관련된 계파 수장들의 파워게임에 국회운영이 좌우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지금과 같은 국회를 계속 놔두고 정국을 운영하는 것이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며, 지금의 국난을 극복하는 최선의 길이라 할 수 있는가. 국민회의와 자민련 연합정권은 현재 1백33석의 소수 여당이다.

따라서 원활한 정국 운영을 위해 국회 다수를 획득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1백52석을 가진 야당이 당리당략에 치우쳐 정부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국민회의는 50년 만에 실질적 정권교체를 이룬 정당이며, 국민들로부터 50%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는 정당이다.

그렇다면 국정운영에 있어서도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 국난을 극복하고 국민 총화를 이루기 위해 필요하다면 정계개편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 한나라당의 행태를 예측치 못했던 바가 아니었다면, 보다 적극적인 정계개편을 추진했어야 했다.

정계개편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듯 파괴공작이 아니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탈당은 당내 문제에 기인한 것이지 독재정권이 했던 공작정치와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어쩌면 침몰직전에 있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일 수도 있다.

안동선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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