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신경제는 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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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끝없이 올라가는 미국의 주가를 보면 미국경제의 저력은 어디까지인가 의아심이 가지만 최근 미국경제의 장기호황도 결국 거품의 성격이 짙어 곧 터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로서는 경제회복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미국경제의 안정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벌써부터 과열을 식히기 위해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가 금리인상을 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유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시아경제의 문제점을 일찍이 지적했던 미 MIT대의 크루그먼 교수는 이번엔 미국경제의 버블이 터질 것을 예고하고 나섰다. 그런가하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경제가 신기술개발과 기업활동의 세계화에 힘입어 고성장 - 저인플레의 '신경제 (new economy)' 시대를 맞고 있다는 해석은 잘못된 믿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비즈니스위크지는 미국경제가 앞으로도 계속 인플레 없는 고성장이 가능하다고 반박하고 나서 당분간 미국경제의 장래를 놓고 세계적인 논쟁의 열기는 식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경제의 장래가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아시아경제의 위기해소를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경제의 안정과 균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경제의 버블이 터지고 금리가 올라가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성장이 둔화된다면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우선은 달러당 원화환율은 잠시 여유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대미 (對美) 수출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미국에서의 차입조건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여유가 없어지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 (IMF) 과의 관계도 경화될지 모른다.

미국이 주춤하면 상대적으로 내년부터 출범하는 유로화에 비중이 실릴 수도 있고 장기불황에 빠져 있는 일본에도 영향을 미쳐 엔화강세와 함께 미·일간의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아무리 국내경제 문제가 급해도 정부·기업·학계가 미국경제의 장래에도 관심을 갖고 파급효과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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