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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고객 겨냥한 ‘핀셋 마케팅’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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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005년 결혼한 구지영(32·여)씨는 예비 신랑·신부를 대상으로 한 현대백화점의 회원제 클럽에 가입한 뒤 이 백화점에서 혼수를 구입했다. 결혼 5년차가 되면서 프라이팬 등을 바꿀까 생각하던 구씨는 올 1월부터 이 백화점으로부터 주방용품 할인 행사 안내물을 여러 차례 받았다. 클럽 가입 때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백화점이 결혼 5년차 이상 고객 2000명에게 안내 문자와 우편물을 보낸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VIP 고객을 초대해 해외 명품 브랜드를 할인해 판매하던 행사 일정을 바꿨다. 과거엔 주말 점심시간대에 했지만 요즘은 평일 오후에 한다. 고객 구매 자료 분석 결과 구매력 높은 고객들은 가족 단위 쇼핑객이 몰리는 주말보다 주중에 백화점을 더 많이 찾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백화점의 마케팅 방식이 바뀌고 있다. 모든 고객 대상 판촉을 줄이는 대신 특정 고객만을 상대로 한 ‘핀셋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백화점 포인트 카드 등을 통해 쇼핑 패턴을 분석하는 ‘고객관계관리(CRM)’ 기법이 발달하면서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지난달 직장인 대상 ‘S-OFFICE 클럽’을 신설했다. 서울 충무로1가 본점 주변에 소득 수준이 높은 30~40대 직장인이 많고, 평일 오후 6시 이후 30~40대 고객의 구매액이 전체의 30%로 나와서다. 이 백화점은 클럽에 가입한 1000여 명에게 식당가와 여성 화장품·의류, 아동용품 할인 쿠폰을 발송했다. 그 결과 클럽 회원의 객단가(1인당 구매액)가 18만원으로, 본점 전체 고객(6만5000원)의 세 배가량이었다. 신세계백화점 CRM팀은 160만 명가량의 쇼핑 정보를 분석해 유아용품을 주로 사는 30대 여성에게 유아용품과 여성 의류 할인쿠폰을 보내는 식의 마케팅을 펼친다.

롯데백화점은 주말과 주중으로 나눠 이원화된 마케팅을 한다. 전국 25개 점포의 구매 고객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주중(월~목) 고객이 주말(금~일) 고객보다 구매액이 높았다. 특히 명품관 에비뉴엘의 경우 올 1~4월 주중 고객이 2만3909명으로 주말(2만620명)에 비해 많았고, 구매액도 주중(1663억원)이 주말(1375억원)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이 백화점은 이월상품 할인전이나 초특가 행사는 금요일에 시작한다. 반면 초우량 고객 대상 골프대회는 월요일에, 소수 고객 초청 나이트 파티는 목요일에 한다.

현대백화점은 중고생 자녀를 둔 ‘J클럽’ 회원에게 졸업·입학 시기에 맞춰 선물을 증정하고, 중고생 봉사활동이나 입시설명회 초청장을 보낸다. 이 같은 핀셋 마케팅은 회원 가입 당시 자녀 숫자와 나이, 학년 등의 정보를 얻기 때문에 가능하다. 신세계백화점 최민도 CRM팀장은 “최근 백화점은 고객 수를 늘리기보다 우량 고객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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