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신용등급 강등 사태…고소득직종도 무보증은 '사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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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요즘 은행들은 은행원 신용도 못믿는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J.Y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은 최근 신용대출이 가능한 금융기관을 자행 및 국책은행으로 한정, 다른 은행 직원들에 대한 신용대출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와 함께 몰아닥친 감원바람이 금융계에 불기 시작하면서 안전한 직장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은행 직원들이 이제 동업자들로부터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험한 직업' 쯤으로 취급받게 된 것이다.

◇은행원도 믿을 수 없다 = Y은행은 종전에 은행 직원이면 누구나 1천만~3천만원까지 무보증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던 신용대출 자격규정을 최근 개정하면서 이를 '우리 은행 및 국책은행' 으로 못박았다.

자행이야 할 수 없다 치고 나머지 민간은행 직원들의 신용은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선발 시중은행인 J은행도 일찌감치 신용대출 가능 자격대상에 일부 시중은행을 빼놓고 대출을 운용하고 있다.

◇괄시받는 제2금융권 = 부실로 허덕이고 있는 제2금융기관은 찬밥신세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이미 증권.상호신용금고.새마을금고.신용협동조합 등은 신용대출을 해주지 않는 대상으로 분류돼 있었다.

S은행은 최근 여기에 종금사와 투신사까지 포함시켰다. Y은행은 아예 출자 금융기관을 제외한 모든 금융기관 직원들에 대한 무보증 대출을 중단키로 했다.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은행연합회.신용보증기금 등 극히 일부 기관을 제외하고는 금융기관에 대한 무보증 대출을 사절하는 분위기다.

◇신용있는 직업이 사라진다 (?) =고소득 직종으로 분류됐던 직업의 신용도 덩달아 강등되고 있다. 일부 은행은 법무사.약사.건축사.감정평가사 등에 대한 무보증 신용대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고소득 직종이 이 정도니 일반 기업체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더욱 빡빡해진 것이야 말할 나위도 없다. 법정관리에 들어갔거나 화의 (和議) 를 신청한 기업과 계열사는 말할 것도 없고 상장기업이나 30대 그룹에 속한 회사원이라 하더라도 해당기업이 은행 자체 신용평가 결과 1등급 판정을 받지 못하면 신용대출 대상에 아예 포함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아직 신용대출 가능 직업등급을 조정하지 않은 은행들도 대출한도를 최고 50%이상 줄이는 방식으로 부실대출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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