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철새정치인 초라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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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8일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강희 (李康熙.인천 남을) 의원. 88년 정계입문 (재선) 이래 그에겐 이렇다 할 의정 (議政) 실적이 없다.

그런 그가 96년9월 뉴스의 초점이 된 적이 있다.

인천 시청내 잔디구장에서 열린 그의 아들 결혼식에 빨간 경비행기가 축하비행을 했고 특설무대에선 드라이아이스가 안개를 만들어냈다. 식장 정리에 여성당원과 시청 수위들이 동원되기도 했다.

역시 탈당한 이성호 (李聖浩.남양주) 의원. 그는 선수 (選數·4선)에 걸맞은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수석부총무·국회건설위원장을 거쳐 보건복지부장관까지 지냈으니 당의 수혜자군 (群)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도 의정활동에선 별로 이목을 끌지 못했다. 그는 96년11월 신문지면을 장식했는데 이유는 안경사협회 로비사건이었다.

그의 부인은 남편의 장관 시절 1억7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李의원은 당시 국회에 나오지 않고 빙빙 떠돌면서 의원직 사퇴압력을 견뎌냈다.

이날 탈당한 한나라당의원 5명중 다른 세명도 대부분 의정활동이 유권자의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한샘 (인천 연수) 의원은 초선이라 치더라도 김인영 (金仁泳.수원 권선) 의원은 3선에 이르기까지 여의도 단상에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서정화 (徐廷華·인천 중 - 동 - 옹진) 의원은 4선에 원내총무까지 지낸 중견이지만 그 역시 최근 시민단체로부터 '고스톱 의원' 으로 고발당한 처지다.

이들은 한결같이 그럴싸한 당적 이탈의 변 (辯) 을 내세운다. "지구당에서 여당행을 원한다" "지역발전을 하려면…" "한나라당이 제대로 가고 있나" "대의 (大義) 를 위해…" 등등. 하지만 이들의 빈약한 의정 (議政) 자취는 그들이 주변에 핑계를 돌리기에 앞서 얼마나 자신과 유권자에게 부족했는가를 생생히 보여준다.

김종호 (金宗鎬)· 박세직(朴世直)· 오장섭(吳長燮) 의원, 최기선 (崔箕善) 인천시장도 이미 당을 옮겼다. 유권자들은 이들의 탈당을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으며 그들의 평가는 다음 선거에서 드러날 것이다.

작금의 탈당소동이 어느 당에 유리할지는 어떤 면에서는 저 (低) 차원의 문제다. 당리 (黨利) 의 계산보다는 정치인의 초라한 변신이 우리사회 조직의 윤리를 해치는 것이 더욱 안타까운 일일 게다.

김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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