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도 대박 터뜨릴 수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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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방송 오락 프로그램과 CF, 휴대전화 벨소리 다운로드 사이트 등을 종횡무진하며 국민동요로 반짝 뜬 '올챙이송(원제 올챙이와 개구리)'. 이 곡을 작사.작곡한 윤현진(38)씨를 15일 만났다.

윤씨는 이 곡이 히트하기 이전인 2002년에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로 유학을 떠났다가 최근 귀국하는 바람에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질 기회가 거의 없었다. 윤씨가 출국할 때만 해도 '올챙이송'은 몇몇 유치원에서 불리는 창작동요에 불과했다.

이젠 웬만한 유행가요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무척 감격스러워 할 법도 한데 윤씨는 마주앉자마자 '틀린 가사'얘기부터 했다. '뒷다리가 쑤욱'이 '뒷다리가 쏘옥'으로 잘못 불리고 있는 데 대해서였다. 윤씨는 "나름대로 미묘한 어감 차이까지 감안해 '쑤욱'이라고 한 것인데 나도 모르게 가사가 바뀌면 어떡하느냐"며 "이 사실을 알고는 화가 나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흥분했다.

윤씨는 이 노래를 1993년 큰 아이를 임신했을 때 태교를 하면서 만들었다. 고려대 서반아어과를 졸업한 뒤 은행에 근무할 때였다. 윤씨는 유치원을 운영하던 어머니(김은순 한국유아율동교육협회 회장)가 방학 중 교사 연수용으로 사용할 동요를 84년 대학 입학 후부터 줄곧 만들어 댔다. 한 곡 만들 때마다 어머니에게서 5만원씩 받았다. "용돈벌이로 꽤 짭짤했다"는 게 그의 기억이다. 그는 네살 때부터 피아노를 익혀 전공자 못지않은 실력을 자랑하지만 정식으로 작곡을 배운 적은 없다.

올챙이송을 만들었을 땐 이미 60여곡의 자작 동요가 쌓여 있었고, 그해 여름 그 노래들을 모아 음반을 냈다. 서울음반을 통해 '올챙이와 개구리''꼬마 원숭이''뚱뚱한 코끼리가' 등 세 장의 음반을 출시해 모두 1만5000장을 팔았다.

"생각보다 많이 팔렸어요. 그러니까 겁이 나더라고요. 유아교육도, 음악도 잘 모르는 내가 이렇게 마구 동요를 만들어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윤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유아교육을 공부했고, 유학도 떠났다. 컬럼비아대에서는 유아음악교육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밟았다.

윤씨가 음반을 통해 세상에 던져놓은 '올챙이송'은 뜻밖의 길을 걸어갔다. 지난해 한솔교육이 이 노래를 3차원 입체캐릭터의 율동과 함께 인터넷 사이트 '재미나라'에 올렸고, 올해 초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코너에서 이를 소개하면서 급속히 퍼지게 됐다. 재미있는 노랫말에 밝고 신나는 멜로디, 여기에 곁들여진 앙증맞은 율동이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가 작곡한 또 다른 동요인 '오른손 왼손'도 현재 심상찮은 인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챙이송 대박으로 떼돈을 벌었을 것이라는 주위의 짐작에 윤씨는 손을 내젓는다. 한솔교육 측으로부터 2500여만원의 저작권료를 받은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휴대전화 벨소리 다운 등에 대한 저작권료는 아직 통계가 안 나와 짐작조차 못하고 있다.

"마음을 순화시키는 동요를 만드는 데 실력있는 작곡자들이 더 많이 매달렸으면 좋겠다"는 윤씨는 "올챙이송이 '동요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든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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